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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정부 직수입 설탕 식품기업 안쓴다 왜

식품업계 "품질과 맛에 검증 우선돼야"

2012-03-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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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설탕 가공식품 가격 안정화을 위해 직수입한 설탕이 외면받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게 직수입한만큼 설탕을 필요로 하는 식음료업계에서 앞다퉈 구매 의사를 밝힐 줄 알았지만 막상 수입하고 보니 반응은 냉담하다. 물가를 낮추라는 청와대의 압력에 대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의 결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식음료 업계의 직수입 설탕에 대한 거부 반응의 가장 큰 이유는 신뢰도 검증이 부족해 사용 이후 혹여 나타날지 모를 사고와 이에 따른 기업 이미지에 실추에 대한 노파심이 크게 작용한 듯 하다. 
  
23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말레이시아산 설탕 2000톤이 국내로 들어왔다.
 
하지만 수입하지 4일이 지난 현재 떡류식품가공협회 등 12개 식품관련 조합과 중소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했을 뿐 유명 식품 기업과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롯데칠성(005300)음료, 동서(026960)식품, 남양유업(003920), 롯데제과(004990), 오리온(001800) 등 설탕 사용량이 많은 식품기업들은 이번에 정부에서 수입한 설탕을 섣불리 사용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기존 사용하던 설탕과 비교해 순도나 맛이 다를 경우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 매출에 큰 영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2~3개 식품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설탕에 대한 성분분석과 품질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은 이를 사용할 기업은 적다는게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더욱이 식품기업들은 연 사용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설탕을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용하다 기존 설탕 공급선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주도의 설탕수입이 얼마나 계속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선을 바꿀 경우 정부의 수입방침이 일순간 변경되면 설탕 함유 제품에 대한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기적 식품 가격 안정화가 아닌 보여주기식 행정에 반응 할 경우 결국 피해는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다가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체질적으로 아는 기업으로써는 이번 조치가 달갑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믹스 커피 1위 기업인 동서식품을 봐도 연간 5만톤 이상의 설탕을 사용한다. 정부가 상반기에 수입하겠다고 발표한 물량(1만톤)을 모두 사용해도 감당할 수 없는 양이다. 
 
더욱이 이번 직수입 물량은 25㎏ 포대 단위로 포장돼 업계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따른다.
 
보통 CJ제일제당(097950)이나 삼양사(145990) 같은 제당사에서 설탕을 공급받을 때는 설탕을 싣고 온 차에서 바로 공장 사일로에 옮겨 담는데 직수입 물량의 경우 일일이 포대를 찢어 공장으로 옮겨야 해 번거롭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설탕 사용 제품에 대한 가격인하 압박도 업계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 싸게 공급하는 설탕을 사용할 경우 제품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직수입 물량은 시세의 85% 수준으로 공급가격이 책정됐지만, 음료나 제과 제품의 경우 원가 대비 설탕가격 비중이 10% 미만이어서 기업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정부는 식품기업들의 참여 저조로 '설탕 직수입'이라는 카드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자 직수입한 설탕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 설탕가격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23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설탕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 수입한 설탕이 대형 유통업체 등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외식업체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국내 실수요 업체와 해외 수출업체 간 직거래를 추진해 민간의 자율 수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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