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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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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의 딜레마

2024-01-29 17:46

조회수 :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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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는 6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겠다고 천명했지만 실상은 암담합니다. 지난 25일 선배와 함께 조별리그 E조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을 본 후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우승을 염원하는 마음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선 탈락이라는 쓴 탕약을 마셔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충돌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대표 축구에 열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릴적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사람에겐 국대 축구는 더욱 특별합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축구를 본지는 10년이 지났습니다. 꽤 많은 국대 경기를 봤지만 이번 아시안컵은 견디기 힘듭니다.
 
말레이시아는 피파 랭킹 130위인 약팀입니다. 우리나라는 23위로 무려 100 계단이 넘는 격차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 랭킹 차이가 무색한 3대 3 무승부로 경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공이 둥글다지만 선수 개개인의 명성을 놓고 보면 1실점 조차도 내줘선 안되는 수준입니다.
 
일본을 16강에서 피했다는 합리화로는 변명이 안됩니다. 압도적으로 승리했어야만 했던 경기입니다. 말레이시아가 이날 신들린 경기력을 보였다고 해도 달걀로 바위치기 정도에 그쳤어야 합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아, 이 선수들로 이정도 수준의 축구를 보여준다면 감독이 잘려야 한다'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우승을 하게 되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자를 명분이 사라집니다. 트로피를 딴 감독을 경질시킬 명분은 없습니다. 어쩌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선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한다 해도 멀리 월드컵을 생각한다면 클린스만 감독 하의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습니다.
 
딜레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손흥민 선수가 걸립니다. 2014년, 생애 첫 유럽 여행을 가서 분데스리가 경기를 처음 봤습니다. 당시 손흥민 선수가 뛰던 바이엘 레버쿠젠과 샬케04와의 경기였죠. 1-2로 레버쿠젠이 패했지만 제일 앞에서 열렬히 손흥민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그때부터 손흥민은 저에게 특별한 선수가 됐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아시안컵에서 트로피 없이 쓸쓸히 퇴장하는 손흥민 선수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멋지게 들어올리길 마음으로 바라게 되는데요. 하지만 트로피와 맞바꿀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먹구름만 잔뜩 끼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아시안컵 전에 한 인터뷰가 재조명됩니다. 실력, 투자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축구는 일본에 뒤지고 있으며 "우승해선 안 된다"고 쓴소리를 뱉었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을 해버리면 한국 축구가 병들 것이란 우려에서죠. 마음으로는 아들의 우승을 바라지만 텅 빈 실력으로 속이는 것을 걱정하는 손웅정씨의 인터뷰가 딱 제 마음입니다. 
 
그래도 일단,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응원하렵니다. 선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2014년 2월, 손흥민(당시 레버쿠젠) 선수가 코너킥을 차고 있다. (사진=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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