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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닭강정의 교훈(?)

2024-01-19 15:59

조회수 :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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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과 강릉에 당일치기 여행을 간 적 있습니다. KTX 역서 택시를 타고 도심으로 이동했습니다. 폐철도 길을 따라 조성된 도심공원인 월화거리와 인근의 중앙시장를 방문했습니다. 앞서 인터넷에서 서치했을 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중앙시장의 명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공예품 같은 생활소품과 기념품, 강릉 건어물 등을 파는 소소한 상점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관광객으로 보였는데요. 그들은 하나같이 '○○ 닭강정' 을 들고 있었어요. 인터넷에서 강릉의 중앙시장의 명물이라고 본 기억이 났습니다. 월화 거리 쪽으로도 ○○ 닭강정 가게가 보였는데요. 매장도 크고 밝은 데다, 일하는 사람도 엄청 많아보였어요. 맛집인가보다 했지요. 
 
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려는데, ○○ 닭강정을 사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 닭강정 때문인지 시장 안에는 유난히 닭강정 가게가 많았는데요. 유독 그 가게에만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가게를 둘러서 족히 50m 이상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어요. 닭강정을 만드는 점원들이 많아서인지, 20여 분 기다린 끝에 바로 닭강정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나도 샀다'
 
○○ 닭강정 이외에도 '수제어묵', '고로케', '오징어순대' '커피 빵' 등등 구경하고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강릉역에서 서울로 가는 사람들은 역시 하나같이 이 닭강정을 들고 있더군요. '안 샀으면 큰일날 뻔했다'라며 또 한번 안도했습니다. 
 
한편, 그 자리에서 딸이 인터넷에서 보지도 못한 '치즈십원빵'을 사달라고 했어요. 반죽에 생치즈를 넣고, 붕어빵 같은 기계에서 익혀 찍어내는 식이었는데요. 가만히 지켜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장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나하나 성의 있게 만들더라고요. 유명하지도 않은 그 치즈십원빵은 어찌나 담백하고 따뜻하고 맛있던지요. 
 
**닭강정이 위치한 강릉 중앙시장.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7월 3일 이 곳을 방문한 사진.(사진=뉴시스)
 
밤늦게서야 집에 도착해서 기대하던 닭강정을 열어보았습니다. 맛이 궁금했습니다. 물엿이 많이 들어간 것인지, 광택이 났고, 진득해 보였어요. 색깔은 ***치킨의 양념치킨 같은 고추장 섞인 빨간색에, 호두와 견과류가 많이 뿌려져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보통의 닭강정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어요.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평범할 수가. 
 
이 정도의 음식을 강릉에서부터 들고 왔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한심함을 느꼈어요. 닭고기도 야들야들한 닭다리살도 아닌 그냥 퍽퍽한 가슴살이었어요. 양념이 그렇게 특이하지도, 그렇다고 튀김옷이 바삭하거나 다르지도 않아 보였어요. 집 앞에서도 흔하게 사먹을 수 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그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낚인 거죠. 
 
○○ 닭강정이 시장을 상징하는 명물이 되어 사람들의 방문으로 이어지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된 전통시장의 이면을 본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 닭강정이 호객행위를 하거나 강매를 한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 닭강정의 SNS 홍보 마케팅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한번 다녀가는 뜨내기 손님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얄팍한 상술로 보였어요. 물론 여기에는 '인플루언서'와 블로거들이 SNS 입소문을 내면서 일조했겠지요.
 
전통시장이 현대화하기 위해 지역 특산물을 개발하고, 대표 상품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강릉커피의 특색을 살려 개발한 커피콩빵, 곰치나 아귀살 등을 말려 먹기 좋게 포장한 건어물 과자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강릉'만의 아이템이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해당 지역과 시장의 명물 아이템을 스스로 잘 선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SNS나 눈에 보이는 유명세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관을 가지고 취사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지는 요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이든 기대나 선입견을 배제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해야겠습니다. ○○ 닭강정과 치즈십원빵 덕분에 삶의 태도까지 돌아보게 됐네요.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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