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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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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PS 포털요? 어머님, 그것만 사 주시면 안 됩니다

2023-08-30 14:01

조회수 : 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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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플레이스테이션 없이 자녀에게 이걸 선물할 부모들을 위해 묵념." 최근 한 외국 유튜브 채널에 실린 이 댓글은 1만5000개가 넘는 공감을 받았습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연말 출시할 '플레이스테이션 포털 리모트(PS 포털)'에 대한 냉소입니다.
 
제가 냈던 영상 기사 'PS 포털 리모트 플레이어 "애매하네"' 유튜브 댓글창에도 걱정 가득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게이머들은 "소니 광팬으로서 정말 이해 안 되는 제품들을 왜 자꾸 내는지 모르겠다" "정말 저게 팔릴 것 같아서 파는 건가?" "마치 황소가 푸짐하게 싸고 간 똥 위에 옆집 누렁이가 또 똥을 싼 듯한 기괴한 제품"이라는 평을 남겼습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연말 출시할 ‘플레이스테이션 포털 리모트’. (사진=SIEK)
 
출시를 앞둔 이 제품을 두고 왜들 이러는 걸까요? PS 포털에 자체 구동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 가격은 199.99 달러로, 부가세 등을 합쳐 한국 돈 30만원쯤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걸 쓰려면 이미 집에 PS5가 설치된 채 켜져 있거나 대기모드 상태여야 합니다. 그리고 PS 포털을 든 장소에 빠르고 안정적인 와이파이가 있어야 합니다. 자체 구동은 물론 TV 연결도 되는 닌텐도 스위치와 가격은 비슷해도 기능이 전혀 다른 겁니다.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기존 PS5 듀얼센스를 반으로 잘라 8인치 화면 양쪽에 붙인 모양이어서, PS5의 진동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PS5의 적응형 트리거와 햅틱 피드백은 게임 내 각종 환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호평받는 기능입니다.
 
소니는 집에서 다른 가족들이 TV를 볼 때 방에서 쓰는 용도 등으로 제품 사용처를 한정했습니다. 일각에선 아내 눈치와 아기 양육 사이에 놓인 유부남에게 유용할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래도 화가 난 사람들 사이에선 비운의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Vita)'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PS 비타는 "아이러니하게도, 비타에는 삶이라는 뜻이 있지"라는 DC인사이드 댓글로 유명한데요. 이 제품이 현역이던 시절, 이제는 PS 비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기에 이 제품을 산 게 후회된다는 글에 대한 댓글이었습니다. 2019년 단종 이후, 게이머들은 소니가 비타의 삶을 끝장냈다는 아이러니를 말하기 위해 이 댓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비타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죠. 이전 세대 PS 그래픽을 구현하는 전용 게임도 하면서, PS3와 PS4 리모트 기능도 쓸 수 있으니까요.
 
PS 포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소니가 비타의 삶을 끝내고 4년 만에 발표한 기계가 와이파이 리모트 기능만 갖췄다는 점에서 박탈감을 느낍니다. PS 포털은 소니가 정통 휴대용 게임기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신호라는 거죠.
 
게다가 PS 포털은 PS 플러스 프리미엄 플랜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PS 포털이 와이파이 전용 기기여서 이 기능이라도 기대했던 사람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이라는 뜻이 담겨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비타(Vita)’. 소니는 2019년 비타의 삶을 끝냈다. (사진=이범종 기자)
 
한편으로는 소니가 또다시 PS 비타 같은 제품을 내놓으면 '파편화' 문제가 벌어질 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체 구동 제품을 위한 게임 개발과 '본진'인 거치형 콘솔 시장으로 파편화돼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PS5 게임을 PS 포털에서 구동할 수 있는 해상도에 맞춰 저용량 다운로드 형식으로만 서비스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지요.
 
9월이 지나 쌀쌀해지면, 세상은 연말 분위기로 들썩할 겁니다. 집에 PS5 없는 학부모가 아이에게, 배우자가 동반자에게 PS 포털을 선물하는 상황이 어딘가에서 벌어질 겁니다. 환불하면 되겠지만, 하필 크리스마스 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부모는 방방 뛰는 아이를 보여 흐뭇해하다가, PS 포털을 쓰기 위해 '더 큰 배꼽'인 PS5 본체를 거실에 들여놔야 하는지를 두고 배우자와 어색한 대화를 나눠야 할 겁니다. PS5 본체는 50만원이 넘고, 디스크 에디션은 60만원에 달합니다.
 
연말 PS 포털이 출시되면, 이 제품 출시가 소니의 시행착오 중 하나로 기억될지, 아니면 스트리밍 시대에 맞춘 독자 휴대용 게임기로 자리 잡을지 판가름 나겠지요.
 
그런데 소니가 이 제품 이름에 '프로'를 붙이고 자체 구동할 수 있는 제품을 비싼 값에 내놓을 경우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소니가 애써 이 기기를 PS5 주변기기로 내세우면서 휴대용 게임기 시장 재진출 가능성 판단을 위해 간을 보고 있는 건가, 의심되기도 하고요. 시간과 소니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다려 봅시다.
 
  • 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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