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허지은

hje@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묻지마 범죄'와 보험 마케팅

2023-08-23 14:17

조회수 : 3,076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칼부림 사건, 살인사건…. 이번 여름 들어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의 안전 문제를 위협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공포의 여름입니다.
 
가장 최근 소식부터 보자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결정입니다. 24일 방류를 한다죠. 전문가들이 이번 방류는 큰 위험이 없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이 말을 정말 믿고 싶지만, 오염수가 바닷물에 섞인다니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런가하면 강력범죄도 기승입니다. 서울 한 지역의 공원에서 오전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30세 남성이 30대 여성을 잔인하게 폭행한 사건이죠.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결국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시간대도 유동인구가 많은 때인데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위치가 트여있고 인근엔 가정집도 있는 공원이어서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용의자가 범행 전 대상을 물색하듯 한가로이 돌아다닌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은 잔인한 사건 내용과 대비되며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흉기 난동 사건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에 있었던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은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한 영상이 SNS로 퍼지며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무참히 흉기로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범인은 여유롭게 계단에 앉아 경찰을 기다렸죠. 그의 손과 옷가지에 묻은 혈액만으로도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서 8월 3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부근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역시 타깃을 정하지 않고 공격한 묻지마 사고 중 하나였습니다. 퇴근 시간대에 접어들어 유동인구가 많은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졌는데요. 이 사고로 14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60대 여성 한 명은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런 시민의 공포를 마케팅에 이용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암 발생 확률을 높이니 암보험에 가입하라는 권유가 가장 먼저 알려졌고요. 흉기 난동 사건이 확산하자 이를 대비해야 한다며 강력범죄 피해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운전자보험을 홍보한 곳도 있었습니다.
 
사실 공포심에 기댄 홍보는 전통적인 보험 마케팅 수법 중 하나입니다. 한국인 암 발생률 1위, 중년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병, 발병 시 치료 비용 1위 같은 정보로 보험 가입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거지요. 보험이라는 상품 자체가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니 위험한 상황에 대해 보험 상품이 개발되는 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용한 마케팅과 강력범죄를 활용한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리하고 싶습니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강력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피해자에게 이런 마케팅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피해자나 그 가족의 심정을 조금만 이해했더라면 그런 마케팅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사건현장에 '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 이모 씨(64)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메시지와 국화가 놓여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 허지은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