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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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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토마토칼럼)천공, 경찰 그리고 기자

2023-06-23 06:00

조회수 : 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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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3일, 대통령실은 본지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천공이 둘러본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는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육군서울사무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 천공과의 인연을 당내 경선 TV토론에서 밝힌 바 있고, 무엇보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이 부 전 대변인에게 건넨 얘기라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당시 이 일을 자신의 일기로도 남겼습니다. 이후 일기에 손을 댄 점이 없다는 점에서 왜곡이나 조작 의도를 의심키도 어렵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이튿날 부 전 대변인과 <뉴스토마토> 기자 3명, <한국일보> 기자 1명 등 5명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보도 다음날 일사천리로 고발이 진행됐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를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입니다. 이 같은 압박은 일부 '자기검열'을 낳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는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했던 겨울 막바지였지만, 지금은 무더운 한여름이 됐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경찰은 천공에 대한 직접조사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본지의 추가 보도로 천공의 또 다른 국정 개입 시도 등이 의심됨에도 대통령실 역시 천공을 내버려 두었습니다. 언급조차 꺼려했습니다. 만약 천공이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토대로 권력을 사칭했다면 천공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가려내면 될 일임에도 천공은 계속해서 치외법권 지대에 머물렀습니다. 
 
대신, 본지 기자의 대통령실 출입을 철저히 봉쇄했습니다. 경호처는 신원조회를 핑계로 본지의 출입기자 교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무려 130일이 흘렀고, 이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횡포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KTV는 대통령 비판 보도에 KTV 영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본지에 영상 제공을 일방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시사인>, <오마이뉴스>도 같은 날 이 같은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경찰은 지난 9일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천공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앞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들을 고발한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막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김 실장과 김 처장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천공의 경우, 그의 주장대로라면 허위사실을 유포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민을 모욕한 것에 해당된다면서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일종의 노림수였습니다.
 
주위에서 저를 비롯해 동료 기자들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한 터라 염려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일부는 궁금한지, 조심스레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피고발인인 제 입장으로서는 민망할 따름입니다.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 이후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변호인도 손을 놓고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반면 국군방첩사령부는 부 전 대변인을 기소할 태세입니다.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소환조사도 이뤄졌습니다. 
 
이쯤 되면 경찰을 응원해야 하나요. 명색이 대통령실 고발인데, 언론 자유를 훼손치 않기 위해 사건을 지연시키며 대통령실에 맞서는 경찰에 감사 편지라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천공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대한민국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군수의 수행까지 받아가면서 말이죠. 천공 경호에는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에 감사함을 추가해야 되겠습니다.   
 
최병호 탐사보도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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