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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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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마저 '내편 네편'…제입맛대로 '재편'

여, 경사노위 재편 논의 본격화…MZ·비정규직 근로자 참여 추진

2023-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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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3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경사노위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관계자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대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에 맞서 여권에서 경사노위 전면 재편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여권에선 경사노위에 근로자 대표위원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여성·비정규직 노조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단 방침이지만, 갈등을 조정해야 할 사회적 대화기구마저 정부여당의 입맛대로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여당발 경사노위 개편안양대 노총 '배제안'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경사노위에 노동계 대표 몫으로 배정된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지위를 축소하고, MZ세대와 비정규직 노조 등의 참여를 도모해 노동계 구성에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근로자 대표위원은 전국 규모 노동단체의 대표자, 혹은 이들 단체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현행법상의 자격을 갖춘 단체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입니다. 다만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에 불참하고 있어 경사노위는 한국노총 관계자와 추천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재 경사노위의 역할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입니다.
 
이에 여권에서 경사노위 정상화를 위해 노사정 대화기구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겁니다. 앞서 지난 4월에 청년·여성·비정규직의 대표자들도 추천 없이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노사위원 독점추천권을 개선하는 내용의 '경사노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근로자 대표위원 임명 조건에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추가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MZ세대와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표위원으로서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일각에선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누가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을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근로자 대표위원을 선임하는 방법론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근로자들의 대표를 정하는 문제는 경사노위에서 선택할 부분"이라며 "우리는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개정안엔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사람 중 경사노위 위원장이 제청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여권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로 경사노위를 재편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히 여권의 코드에 맞는 대표자들이 경사노위에 합류할 경우 향후 민주노총, 한국노총과의 내부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을 조정해야 될 사회적 대화기구가 정쟁의 장이 돼 버리는 겁니다.
 
지난달 24일 전해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이 '근로자 대표' 위촉…개정안 통과 땐 '전면전' 불가피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선 정부가 현재 양대 노총과의 갈등 요인부터 해소해야만 다양한 근로자들의 경사노위 참여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젠 고용이 다양화돼 있기 때문에 경사노위 재편을 통해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해야 된다. 한쪽에선 노동자들을 탄압하면서 경사노위를 재편하겠다는 것은 노조 탄압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양한 근로자들의 대표성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기구인데 여당 입맛에 맞는 사람들하고만 대화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여권의 경사노위 재편 움직임에 대해 "다른 구성원의 노동단체들을 참여시켜서 정부의 안건 설정이 협의 과정에서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편 전략을 짜는 것으로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문재인정부 때 이미 소외될 근로자들이 있다는 문제 인식을 반영해서 근로자 대표의 추천으로 계층별 위원들을 참여시키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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