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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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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틀어막는 당정…노란봉투법도 거부권 수순

당정, 윤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맞장구

2023-05-24 16:51

조회수 : 1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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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24일 노동조합(노조)의 심야 옥외 집회와 시위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1박 2일 노숙집회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대응책을 내놓은 것인데요. 
 
당정은 심야 옥외 집회와 시위 허용 규정을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다, 기본권 침해 소지도 커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도 이날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또다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면서 정국 경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당정 집회·시위 '옥죄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을 열고 "이번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와 같이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의 법익, 공공 안녕, 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하는 데 한해서 이를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해당 조치가 '헌법에 맞지 않는 집회·시위 허가제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운영할 생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만희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관련 단체에서 집회 금지·제한에 대해 법원에 여러 처분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경찰 의견이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당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도 논의하면서 민주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에서 하는 집회·시위도 역시 신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심야시간대 집회·시위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판정이 났지만 국회의 입법 조치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지난 2020년 심야 옥외 집회와 시위 금지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규정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다만 특정 시간대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조항이 이미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어, 이번 법 개정도 위헌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헌재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또 지난 2014년 같은 조항에 대해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의 시위 금지'에 한해 위헌으로 보고 자정 이후 시위 금지에 대해선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판단의 몫은 입법부로 넘겼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집회 허가제' 꺼낸 여권'위헌 논란' 불가피
 
정부·여당이 '공공질서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서는 개최를 사전 차단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허가제'로 퇴행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여당의 집시법 개정에 대해 헌법에서 '신고제'로 규정하고 있는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바꾸겠다는 발상이라며 '위헌적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실정에 대한 풍자를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집회의 자유마저 박탈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회 시간을 허용한다는 표현 자체가 허가제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형법에서는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처벌하고 있는데, 시위 자체를 염려해 미리 규제한다는 것은 비민주적인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국 뇌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하면서 '대통령 거부권 3호 법안'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당 환노위 간사인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정부·여당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상정에 대해 전해철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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