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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현범이 끝이 아니다…재벌 2·3세 비밀곳간 '우암건설'

조현범 횡령·배임 수사 중인 검찰, 우암건설로 수사 확대

2023-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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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검찰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 회장을 횡령·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가운데,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우암건설이 키워드로 등장했습니다. 재계는 우암건설을 범효성, 금호, 극동유화 등 재벌 2·3세의 이해가 엉킨 비리 종합판이라는 의혹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베일에 싸인 우암건설을 추적, 그 실체를 공개합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27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업무상 횡령·배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조 회장에 대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은 조 회장이 건설사에 공사를 발주하는 형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조 회장이 횡령한 돈의 일부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일가 쪽으로도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21일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암건설, 조현범-장선우-박세창 등 3인방 인맥이 '열쇠'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바로 우암건설입니다. 우암건설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효성, 극동유화, 금호, 수원대, 김앤장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우암건설은 2010년 자본금 12억원으로 설립됐습니다. 2022년 기준 매출액은 885억5396만원, 영업이익은 29억4486만원입니다. 최대주주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입니다. 그는 지분 70.29%를 확보했으며, 우암건설의 사내이사이기도 합니다. 장 대표는 극동유화그룹 장홍선 회장의 차남입니다. 장 대표의 외삼촌은 김앤장을 세운 김영무 변호사입니다. 
 
우암건설의 2011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 설립 초기 장선우 대표(당시 극동유화 전무)의 지분율은 71%였습니다. 2대 주주는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당시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지분율은 29%입니다. 박 사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입니다. 장 대표와 박 사장은 1975년생 동갑내기로, 초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맺은 둘은 죽마고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11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열린 '아시아나IDT 신규상장식'에서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현범 회장의 경우 장 대표보다 3살 위지만, 두 사람도 절친한 사이로 전해졌습니다. 둘의 인연도 흥미롭습니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은 재벌가 2·3세들이 관여한 수백억원대 코스닥시장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씨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일에 조 회장과 장 대표도 관여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조 회장과 장 대표의 관계는 이어집니다. 우암건설은 우암디앤아이라는 계열사를 뒀습니다. 주택·대지 조성사업을 비롯해 오피스텔 등을 신축·분양·판매하는 부동산 회사입니다. 우암디앤아이는 원래 한국앤컴퍼니 계열사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전신)는 우암디앤아이를 설립했는데, 채 1년도 안 된 그해 말 청산종결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앤컴퍼니는 극동유화 지분 8.75%를 보유했습니다. 장홍선 극동유화 회장(21.92%), 장선우 대표(8.92%)에 이은 3대 주주입니다. 재계에선 조 회장과 장 대표가 단순 친분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걸로 풀이했습니다. 
 
조 회장은 효성가 사람입니다. 큰아버지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부친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입니다. 200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3녀 수연씨와 결혼, 대통령의 사위가 됐습니다. 2008년 재벌 2·3세가 연루된 수백억원대 코스닥시장 주가조작 의혹 당시 조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세간에서는 사위의 수사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 이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암건설 10년새 7배 급성장…배경은 '일감 몰아주기'?
 
2011년 우암건설의 매출액은 123억원이었습니다. 2022년엔 885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10년 새 규모가 7배 증가한 겁니다. 우암건설이 급성장한 배경엔 조현범-장선우-박세창 인맥이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2011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우암건설은 극동유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CJ그룹, 한국앤컴퍼니 네 곳으로부터 실적의 100%를 올렸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CJ로부터 49.3%, 극동유화 37.0%, 금호아시아나 8.3%, 한국타이어로부터 5.4%를 수주했습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수주 경향은 비슷했습니다. 2012년~2013년에는 한국앤컴퍼니(34.4%)와 금호아시아나(22.9%)로부터의 매출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우암건설 연도별 매출액. (이미지=뉴스토마토)
 
우암건설 설립 초기 극동유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CJ그룹, 한국앤컴퍼니 등에서 수주한 비중은 80%대였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네 곳으로부터의 수주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우암건설이 세워졌을 때 장선우 대표와 박세창 사장이 최대 주주였다는 점, 장 대표와 조현범 회장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고려한다면 우암건설로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될 여지가 다분합니다.
 
검찰은 이번에 조현범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암건설과의 부당거래를 통해 뒷돈을 챙긴 정황을 포착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조 회장의 수사와 맞물려 우암건설 본사와 장선우 대표의 주거지, 회사 등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검찰은 특히 총 2664억원이 투입된 대전시 유성구 소재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공사에 우암건설이 대림건설과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게 된 과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암건설은 대림건설과 비교가 어려운 작은 회사였고, 공사 시작 이후인 2015년에야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취득할 정도로 업력도 충분치 못했습니다. 검찰은 한국앤컴퍼니가 "우암건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사를 진행하라"고 대림건설에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도 우암건설 감사보고서에서 재무제표의 장기차입금 항목을 보면, 6억원을 신양관광개발에 대여해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신양관광개발은 한국앤컴퍼니의 비상장 계열사입니다. 이곳은 재계에서 '오너가의 사금고'라는 의혹을 받는 곳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지분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네 자녀가 100%를 갖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44.12%, 차남인 조현범 회장이 32.65%,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17.35%, 차녀 조희원씨가 5.88%를 보유 중입니다. 
 
박세창, 모그룹 휘청일 때 우암건설 참여…'도덕적 해이' 논란
 
재계에선 박세창 사장이 우암건설 지분에 참여한 시기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우암건설이 설립된 2010년은 공교롭게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돌입 시기와 맞물립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 급격하게 그룹 몸집을 불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정난에 허덕였습니다. 
 
그룹 경영권 후계자인 박 사장은 모그룹이 재정난에 휘청임에도 딴 곳에 한눈을 팔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일각에선 박 사장이 우암건설에서 지분율 29%만을 유지한 것을 놓고 공정거래법 위반을 피하려고 꼼수를 쓴 것 아니냐고 보기도 했습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총수 또는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특정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경우 해당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해야 합니다.
 
2022년 8월17일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사장과 금호아시아나 측은 우암건설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자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암건설에 대한 박 사장의 지분이 완전히 청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암건설은 장선우 대표가 지분 70.29%를 확보했고, '기타'가 29.7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암건설은 주식현황 등에 대한 공시대상 기업으로 지정되지 않은 터라 세부적인 지분율을 알 길이 없습니다.
 
수원대-김앤장까지 얽힌 우암건설…"재벌비리 종합판"
 
우암건설을 살펴보면 재계와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도가 그려집니다. 조현범 회장-장선우 대표-박세창 사장을 중심으로 이어진 인맥이 밑바탕입니다. 먼저 우암건설과 수원대학교의 관계가 주목됩니다. 우암건설이 수주한 공사 목록을 보면 2014년 수원대학교 신축공사 등 이 대학과 관련된 공사들이 몇 개 등장합니다.
 
일각에선 우암건설과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 2015년 수원대교수협의회와 참여연대 등은 수원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수 총장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적립금을 가지고 수원대 구성원들의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900억원 가까이 들여 거대 건물 2개 동을 건설하고 있다"며 "신축건물을 건설하는 회사로 대림산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총장과 특수관계 회사인 무명의 우암건설이 시공하고 있어 그 의혹을 더욱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암건설은 수원대학교와 같은 재단인 수원과학대의 건설공사를 대부분 맡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암건설과 수원대는 어떤 관계이기에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을까요. 이인수 전 총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사돈관계입니다. 방 사장의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아내가 이 전 총장의 딸입니다. 재계에선 우암건설과 수원대가 연세대학교를 매개로 조선일보, 금호아시아나와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방 사장의 작은아버지가 되는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은 1997년부터 무려 16년간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방 명예회장이 연세대 이사장일 때 총동문회장을 지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도 연세대에 아트홀을 짓는 등 모교 사랑이 각별났다"며 "정창영 전 총장, 정갑영 전 총장 등을 금호문화재단 이사나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에 앉히고 대접했다"고 했습니다.

효성그룹의 공사도 수주했습니다. 우암건설 홈페이지를 보면 회사가 지금까지 수주한 공사 목록이 나옵니다. 여기엔 △2014년 성남시 분당 FMK 서비스센터 신축공사 △2015년 용인시 수지구 분당 벤츠전시장 신축공사 △2017년 울산시 남구 울산 효성 JLR 신축공사 △2018년 부산시 해운대구 부산효성 JLR 신축공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 관계자는 " FMK 전시장 공사는 효성이 인수하기 전에 이루졌고, 더클래스효성 전시장 공사는 여러 복수의 입찰업체가 참여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정되어 진행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암건설 인물관계도. (이미지=뉴스토마토)
 
극동유화와 김앤장 일가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앤장을 설립한 김영무 변호사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의 외삼촌입니다. 검찰이 작성한 조현범 회장에 대한 공소장에는 장선우 대표의 형인 장인우 선인자동차 대표, 김앤장 오너 일가 A씨 이름 등이 적시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이 조 회장의 횡령액 중 상당액이 이들에게 흘러간 사실을 확인하고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공소장에 적시된 장인우 대표는 장홍선 회장의 장남으로, 김영무 김앤장 변호사의 외조카입니다. 김앤장 오너 일가인 A씨는 김영무 변호사의 조카 남편이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인우 대표와 장선우 대표, A씨는 외사촌 관계입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7년~2022년 개인채무를 상환할 명목으로 장인우 대표와 A씨에게 법인카드 4장을 지급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 카드로 총 3억4245만원을 썼습니다. 검찰은 조 회장을 횡령·배임으로 기소했지만, 장인우 대표와 A씨를 공범으로 입건하지는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조현범 회장은 자신의 사건 재판에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습니다.

우암건설을 둘러싼 의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우암건설을 보면 '재벌비리 종합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재계 2·3세들이 자신들만의 친분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횡령과 배임이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우암디앤아이가 한국타이어 계열사였다가 청산종결되고 우암건설로 갔다는 건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도 잘 모르는 일이라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저희로서도 알 수 있는 게 없다"며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박세창 사장이 우암건설에 지분을 가지고 있을 당시 금액이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그룹 일 제쳐두고 딴 곳에 한 눈 팔았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워낙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그룹에서도 당시 일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지금은 설명드릴 게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암건설이 수원대 공사를 수주한 것에 관해서는 "박삼구 회장과 방상훈 사장의 친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면서 "세간에 박 사장과 장선우 대표가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또 "박 사장은 우암건설 지분을 정리 완료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극동유화 관계자는 "우암건설 일은 그룹과는 무관한 계열사 일이라서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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