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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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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서울대 아니면 투자 못 받나보다

2023-04-21 17:18

조회수 : 6,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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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20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20기 데모데이에 찾아갔습니다. 스파크랩은 역량 있는 스타트업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 앞에서 사업과 비전을 발표할 기회를 줍니다. 이 날이 그 날이었습니다.
 
2000여명이 들어찬 객석 앞 줄 기자석에 앉았습니다. 사실은 데모데이 취재보다는 이날 발제한 다른 기사 마감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귀에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한 이후 들은 기업 소개 마무리 발언은 대체로 "저희 회사는 서울대 출신 OO들이 OO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끝났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스타트업에 나름의 기대를 품고 들어갔다가, 견고한 서울대 울타리에 좌절해 회사를 나온다는 사례를 전해듣곤 합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20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20기 데모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스파크랩)
 
법원 출입 당시 한 로펌의 사무실 확장 개업 행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희 로펌은 변호사 모두 서울대 학사 출신"이라던 어느 대표의 자랑이 기억났습니다.
 
법률시장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혁신을 파는 스타트업 행사에서도 서울대 졸업장을 내걸어야 투자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전화기를 들고 물었습니다. "서울대 아니면 투자 못 받나요?"
 
스타트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에게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보니 사람과 아이템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서 '이런 아이템을 이런 사람들이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보기술 업계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이 제일 많고 선배들이 끌어주기도 하는데, 서비스에 대한 검증이 이걸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출신 학교와 포트폴리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사업 아이템에 따라 학벌이 상관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는 전문대 출신입니다. 이 관계자는 "카이스트 나온 사람이 배달의민족을 기술적으로 더 잘 만들 수 있겠지만 처음에 영업을 위주로 해야 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투자를 잘 받은 것"이라며 "어떤 서비스를 어떤 사람이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스탠포드와 하버드대 출신이 각광받는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 학교 출신 선배들이 자기 후배라고 추천하면 투자자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겁니다.
 
창업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혀를 차는데, 회사에서 오늘 보도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나는 나의 현실에나 집중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고개를 뒤로 젖혔습니다. '내일 뭐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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