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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교수 밭 금융사 사외이사…싱가포르가 부럽다

2023-04-18 05:19

조회수 : 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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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사들은 주주총회 일정을 마쳤습니다. 대부분 CEO 연임을 결정한 가운데, 사외이사들의 면면에 이목이 집중됐었는데요. 전문성이나 독립성 문제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보험사만이 아닌 금융사 전반의 문제입니다.
 
사외이사는 내부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독단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사외에 있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으면서도 회사 내부 상황에 대해 의결권을 갖는 이사인 것이지요. 전자에 해당하는 조건이 '독립성', 후자에 해당하는 역량은 '전문성'입니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교수 출신인데요. KB금융지주는 신규 선임한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을 학계에서 찾았습니다. 총 7명의 사외사 중 5명이 교수 출신입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두 명의 교수를 사외이사로 올해 신규 선임했고요. 신한금융지주는 8명 중 6명이, 하나금융지주는 8명 중 4명이 교수출신입니다.
 
한화생명(088350)도 올해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그 중 한명은 교수로 채웠습니다. 또 다른 사외이사 한 명은 과거 한화생명의 법률 대리를 맡은 로펌 소속이어서 독립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흥국화재도 경희대 교수로 있는 신건철 사외이사를, 현대해상은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인 정연승 사외이사를, DB손해보험은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학장과 최정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앉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두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실정입니다.
 
교수는 그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건 얼핏 그럴듯해보입니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이런 명분을 내세워 사외이사를 선임해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나 전문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건데요.
 
실제로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금융권 사외이사 연임 또는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이들은 대체로 주총을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금융선진국이라 불리는 싱가포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고 합니다. 기업인 출신을 널리 구하고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DBS입니다. DBS는 싱가포르의 은행으로, 동남아 최대 은행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6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글로벌 투자회사나 제조기업 출신의 기업인입니다.
 
금융당국도 싱가포르의 선진 문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의 지배구조와 사외이사 선임 제도 개선에 주목하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곧 싱가포르와 영국 등을 방문해 해외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모든 사외이사가 반드시 경영인이어야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대체로 한 영역에 치우쳐져 있거나 그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들여다봐야 할 문제입니다. 국내 금융사들은 싱가포르처럼 금융환경을 만들어달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높이는데요. 우선 내부의 고질적 문제를 끊어낸 뒤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싱가포르 금융중심지 마리나베이의 전경. (사진 =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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