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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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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이슈&이슈)미 은행위기 리츠로 확산? 그래도 너무 싼데

신한알파리츠, 증자해 비싼 대출 갚겠다는데

2023-04-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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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의 은행 위기가 부동산 섹터와 리츠(REITs)로 전염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리츠시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해 움츠러든 상태인데, 미국 오피스 공실률 상승 소식까지 더해져 우울합니다. 
 
하지만 국내 상장리츠의 경우 실질적인 위험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필 이런 시기에 유상증자를 추진해 낙폭이 컸던 신한알파리츠가 대표적입니다. 
 
미 오피스 공실률 사상최대 
 
미국 대도시지역 오피스 공실률(Office Real Estate Vacancy Percentage for US Metro Total)을 나타내는 ‘ROFFUSMV 인덱스’는 지난 1분기 18.7%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았던 지난해 여름의 공실률을 넘어선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빈 사무실은 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오피스 보유 변동금리 부채는 460억달러 규모입니다. 이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질까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상업용 담보대출의 21% 정도가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피스 시장에 위험이 닥치면 은행들도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미국 은행들은 지난해 말 기준 2조8000억달러의 예금을 모기지담보증권에 투자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자산을 손해 보고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출금의 70%가 중소형 은행에서 나온 점도 불안요인입니다. 
 
우리나라의 예금보험공사에 해당하는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BDIC)의 마틴 그룬버그 의장도 “오피스 부동산의 운영수익은 줄어들고 자금 조달비용은 늘어난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오피스 시장의 위기가 은행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 오피스 공실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상장리츠들은 맥없이 주저앉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미국 모기지 위험이 국내 부동산 시장도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금리 상승이 이어지며 이자 비용 증가 이슈로 가뜩이나 위축됐다가 이제 조금 회복하나 싶던 리츠는 결국 다시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신한알파리츠 유증, 대출상환 목적
 
특히 오피스를 주로 보유하고 있는 신한알파리츠의 충격이 컸습니다. 신한알파리츠는 지난해말 6500원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1월에는 8.66% 반등하며 바닥을 다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2월에 들어서며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3월 중순엔 낙폭이 확대돼 5500원 부근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두 달간 주가 낙폭이 22%에 달합니다. 주가 변동성이 낮다는 걸 장점으로 여기는 리츠치고는 상당한 하락을 기록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발 악재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하필이면 이때 유상증자가 겹친 것이 화를 키운 것입니다. 
 
신한알파리츠는 지난 3월2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1427만주를 새로 발행해 8780억원을 조달하는 유증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유증이 진행되면 주식수가 늘어날 것을 걱정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번 유증에서는 18% 정도 주식 수가 늘어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신한알파리츠의 유증은 남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신규 자금을 조달해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신한알파리츠는 2018년 상장 후 여러번 유증을 통해 몸집을 키웠습니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증자입니다. 그때마다 주주들에게 갹출한 돈으로 새로운 오피스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5000억원에 불과했던 운용자산(AUM) 규모는 4배로 불어나 2.1조원이 됐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신규 투자 목적이 아니라 대출을 갚기 위한 증자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한알파리츠가 이번에 조달하는 870억원 중 740억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투자한 강남역 캠브리지빌딩의 브릿지론(300억원)과 기존 자산의 일부 선순위대출을 상환하는 데 들어갈 예정입니다. 
 
리츠는 금리가 낮은 시기에 저리로 돈을 빌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합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으로 전체 사업에 부담이 될 정도로 이자비용이 커지면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대출을 갚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신한알파리츠의 증자도 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입니다. 대출 상환 목적 외 약 13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번 증자가 성공하면 신한알파리츠의 LTV(담보인정비율)는 65%에서 60%로 낮아지게 됩니다. 현재 신한알파리츠의 LTV는 국내 리츠 평균(57%)보다 상당히 높습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1년 후부터 자산규모가 5000억원을 넘는 상장리츠는 신용평가가 의무화됩니다. 신한알파리츠의 경우 보유 오피스의 가치 상승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LTV도 높아 현재 BBB+ 등급에 해당합니다. 이번 유증으로 LTV가 하락하면 신용등급 산정에도 도움이 되겠죠. 글로벌지수(FTSE EPRA Nareit)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한알파리츠는 이번에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중 일부를 지난해 투자한 캠브리지빌딩(사진) 브릿지론 상환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사진=신한알파리츠)
 
 
국내 리츠 펀더멘탈 괜찮아
 
이처럼 신한알파리츠의 유증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리츠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하필이면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진행해 주가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1차 유증 발행가격이 6100원으로 지금보다 높은 것이 오해를 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 청약은 오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진행됩니다. 그에 앞서 3거래일 전(4월17일)을 기산일로 일주일간 주가를 산술평균해 유증가를 정하게 됩니다. 산술평균가격에서 5.0% 할인율을 적용돼 최종 유증 가격이 확정됩니다. 주가가 지금처럼 계속 5000원대 중반에 유지된다면 유증 청약가도 그 수준에서 결정될 겁니다. 
 
주식 수가 18% 정도 늘어나는 만큼 주당 가치도 희석됩니다. 이경자 연구원은 이를 감안해 신한알파리츠의 목표가를 8800원으로 조정했습니다. 주당 배당금도 변하겠지만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겠죠. 총액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균 공실률이 19%에 다가선 미국과, 공실이 거의 없는 국내 오피스 리츠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요? 이경자 연구원은 “한국 상업용 부동산은 임대료, 자산가치 등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핵심 상업지구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단기적으로 시세가 떨어져도 결국 가치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발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주가 하락은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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