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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조향까지 동원하는 대중음악 공연들

2023-03-28 17:55

조회수 :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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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룹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두번째 월드투어를 앞둔 공연이 조향으로 화제가 됐습니다공연에는 장내 곳곳에 향 분사 장치가 설치돼 5 53분의 노을 지는 하늘과 어울리는 달큰한 오렌지 향이나 쓸쓸한 새벽녘 해변가에 어울리는 시트러스향 등을 느껴보는 식으로 진행됐는데요.
 
하늘에서 회전목마가 내려오거나, 대형 LED와 천장의 타원형 LED에서 몽환적인 빛의 향연 쏟아지는 식의 화려한 무대 연출이 향기와 만나면 곡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TXT의 소속사 하이브가 조향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전에 기자들을 HYBE 사옥 내 뮤지엄에 초청한 적이 있을 때도, 공간 곳곳에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에 맞게 설계한 조향을 시향해볼 수 있는 코너들을 마련해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음악을 단순히 청각으로만 즐길 수 있는 매체로 보지 않고, 시각과 후각까지 연결시켜 전 세계에서 관광오는 글로벌 팬덤들을 즐겁게 해주자는 소소한 이벤트처럼 보였습니다. TXT 공연은 이제 후각 요소를 공연과 연결시켜 해외 월드투어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겠다는 기준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국내 대중음악 공연에서 후각 효과를 처음 시도한 것은 록 밴드 넬입니다. 넬은 연말 브랜드 공연 '넬스룸'을 통해 그간 다른 공연장에서 시도하지 않던 것들을 처음으로 시도해오곤 했습니다. 2018년에는 아예 무대 전체를 거대한 장미 꽃들로 수놓고, 조향사까지 동원해 꽃향기로 장내 전체를 빨갛게 물들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멤버들은 "공연에서만큼은 현실이 아닌, 관객들이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고 가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연출 시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아이돌 그룹들이 잇따라 이를 자신들의 공연에 활용하면서 대중음악계의 한 경향으로 이어지는 중입니다. 넬의 공연장에 가보면, 실제로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이들의 공연을 공부하러 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올해 연말 찾았던 '넬스룸'에서도 옆좌석에 앉은 아이돌들이 거대한 LED 화면들로 무대를 압도하는 경험을 보며, "이런 공연과 무대를 꼭 하겠다"는 얘기를 주고 받는 것을 들었습니다.
 
K팝 공연이 오늘날 이렇게 세계 트렌드를 제시하는 세련된 미적 감각을 보유하게 된 데에는 사실 대형 기획사 주도 하의 공연들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그 수면 아래 있는 수많은 창작 음악가들, 장르 음악가들의 소규모 소형 공연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요소들도 적지 않습니다. 홍대 클럽의 어느 소형 라이브 공연장에서는 오늘도 단출한 조명과 영상만으로 십여명 남짓한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음악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아주 작은 무대도 결국에는 커질지 모르는 우리의 소중한 음악 자산입니다. 소형 자본이라도 아이디어로 실험하는 창작자들의 분투는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들도 더 크고 멋진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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