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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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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국 야당 부끄러웠다"…'이 XX' 발언 데자뷔 파문

비공개 국무회의서 민주당 설득하겠단 일 의원 발언 전하며 "부끄러웠다" 언급

2023-03-23 06:00

조회수 : 1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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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일본 야당 의원의 발언에 "그런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한국 야당을 향해 보기 부끄럽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순방에서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야당을 지칭해 '이 XX'라고 발언한 것과 겹치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한국 야당 또 비판야당 "일본 대변인이냐"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전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방일 도중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접견한 일을 꺼내며 이같이 말했다는 사실이 회의 참석자들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입헌민주당 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곧 방한해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윤 대통령이 "부끄러웠다"고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일본 현지에서 입헌민주당 관계자들 만난 다음에 참모들에게 일본은 한일관계 미래와 양국 협력을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점이 참 부럽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본은 여야 없이 한일관계 개선을 환영하는데, 한국 야당은 반대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 야당이 보기 부끄럽다고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과 국책자문위원회 소속 위원들과의 비공개 오찬 모임에서 방일 후일담을 전하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게 위안부·독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국 야당이 부끄러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금 누가 누구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냐"며 "우리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한국 대통령인가. 일본 대변인인가"라며 "윤 대통령의 치욕스러운 굴종외교를 더이상 봐줄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대일본 굴욕외교 저지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순방 때도 한국 야당 상대로 '이 XX' 지칭 논란
 
민주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비판 발언은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당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 카메라에 담기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 XX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의 거대 야당을 지칭하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 맞는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며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백번 양보해 한국 국회, 야당이면 이런 욕설과 인식이 괜찮냐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때 박홍근 원내대표는 "169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 또한 낯부끄럽다"고 질타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미국 순방 때 국회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도 적절하지 않은데 이번 경우에는 더 노골적이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윤 대통령이 야당에 협조를 구해서 국정운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 야당을 향해서 부끄러웠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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