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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갈팡질팡 노동시간, '만 5세 입학' 떠오른다

2023-03-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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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노동시간 개편안을 두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입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최대 주 69시간제(주 7일 근무 시 80.5시간)가 강한 반발에 부딪치자 지난 14일 재검토를 지시하더니, 이틀 만에 새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갑자기 60시간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과로사 판정 기준인 발병 전 12주 근로시간 주 평균 60시간에 맞춘 게 아니냐는 추측뿐입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주 69시간은 무리고, 60시간은 가능한 근거는 뭐냐"며 "마트에서 콩나물값 에누리하듯 대충 몇 시간 줄인다고 국민 비판이 가라앉을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단순히 숫자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만 5세 입학' 정책이 떠오른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회 각층의 반발이 거세자 교육부는 뒤늦게 여론 수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폐기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기준과 근거 없이 오락가락하는 과정이 또 반복된 것입니다.
 
재검토 지시가 나온 배경부터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14일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전했습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물론 여권 편이라고 생각했던 공기업·대기업 사무직 노조(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마저 "역사 발전의 퇴행"이라고 비판하자 뒤늦게 여론 청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6월 처음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지난 6일 관련 법안 입법 예고를 했습니다.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노동부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습니다. 안 수석은 "윤 대통령은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도 없이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대통령 뜻과 반대되는 저출생 정책을 발표했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해임한 것처럼 이 장관 역시 해임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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