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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윤 대통령 겨냥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새로운 한병태' 천아용인, 엄석대 지적할 수 있게 지지해달라"

2023-03-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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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국민의힘의 최근 모습이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시골 학급과 닮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반의 최고 권력자로 비행을 일삼는 급장 엄석대, 엄석대를 추종하는 학생들, 엄석대가 만든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전학생 한병태, 결국 엄석대의 세상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담임 선생님.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엄석대는 누구일까.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일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당대회 과정을 보면서 참 의아했다. 헌정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이 일어났다"며 "누군가 출마를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미약한 기시감 속에 불현듯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엄석대는 형식적으로는 나름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반장이었다. 그런데 이 학급이 운영되는 방식은 서울에 있다가 시골 학급으로 전학해 온 주인공 '한병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다"며 "엄석대가 아이들의 물건을 빼앗고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서 징벌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저항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분명히 잘못한 것은 엄석대인데,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총질러로 찍어서 괴롭힌다. 아이들은 군것질부터 만홧가게 출입까지 정말 사소한 한병태의 잘못을 계속 찾아내서 오히려 담임 선생님에게 제보하면서 공격하게 된다"며 "모두가 자신의 권리와 양심을 잃어버리고 엄석대에게 굴종하면 평화와 질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이게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당정 일체일지 모른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그 뒤로 새로 온 담임 선생님에 의해 엄석대의 세계가 무너졌다고 말하며 "엄석대의 권력을 떠받들면서, 엄석대가 만든 해괴한 시스템하에서 누릴 것을 누리고 남을 린치하는데 앞장서던 그들이 담임선생님이 엄석대의 비행을 적어내라고 하자 누구보다 앞서서 그를 고발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도 나쁘다며 꾸짖지만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였던 아이들도 5대씩 때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전 대표는 "한 가지 명확한 건 담임선생님은 바로 국민이라는 것"이라며 "책에서 엄석대는 한병태를 제압하고 포섭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났을 때 엄석대는 몰락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담임선생님은 항상 바뀐다"며 "이미 우리의 선생님인 국민은 우리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아용인 네 후보는 한병태와 같은 위치에 서 있다. 이들은 사람에 충성하라는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이유로 엄석대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공격받는다"며 "새로운 한병태인 천아용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를 윤석열 대통령에, 엄석대 추종자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한병태를 자신과 천아용인 후보에 비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저는 책 이야기를 했다. 사람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엄석대를 누구와 매칭해서 생각할지는 여러분의 자유이고 고민"이라면서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듣고 엄석대가 똑같은 한 사람을 연산시킨다면 다들 공감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안철수 당대표 후보와 관련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엄석대가) 옳은지 의문을 가졌지만 엄석대가 가진 힘에 굴복해서 할 얘기를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절대 엄석대를 이길 수 없다. 엄석대를 이기는 사람은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할 말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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