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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에너지 공기업들의 처참한 실적 성적표

2023-02-27 18:13

조회수 :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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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파는 공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암울을 넘어 대성통곡할 수준입니다.
 
한국전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무려 32조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1~4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영업손실입니다.
 
종전 최대였던 영업손실은 2021년 5조8465억원이었는데요. 이와 비교하면 5.6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한국가스공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63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미수금이 역대 최대인 8조6000억원이기 때문입니다.
 
미수금은 요금에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을 말합니다. 가스공사가 재무제표상 적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으로 사실상 손실에 해당합니다.
 
이를 영업손실로 분류하면 사실상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셈이죠.
 
두 기업이 나란히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것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커집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통상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는 전략은 쓰지 않습니다.
 
물론 지난해 전기세와 가스요금은 평년보다는 많이 올랐습니다. 전기요금은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1킬로와트시(kWh)당 19.3원(약 20%) 올렸고요. 가스요금도 주택용을 기준으로 올해 네 차례에 걸쳐 40%가량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인상분보다 에너지 요금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죠.
 
가스공사는 수조원대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주주배당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이에 반발해 집단소송에 나섰고요.
 
공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면서 올해에도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실정인데요. 가스공사는 올해 가스요금을 분기마다 메가줄(MJ)당 2.6원씩 네 차례 총 10.4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다만 정부의 입장은 조심스럽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지만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 부담이 가중되자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상황입니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이전보다는 안정화하는 추세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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