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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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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지표 디벼보기)미분양 급증, 자세히 보면 ‘아직은’

서울 괜찮지만 대구 심각…공급은 이미 관리 들어갔다

2023-02-03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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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숫자가 크게 증가해 위험 수준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가 주는 위기감과 실제 내용의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지난 1월31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주택 수는 6만8107호에 달했습니다. 평소 정부가 제시한 위험 수준이 6만2000호인데 이를 넘어섰어요. 11월 미분양주택은 5만8027호였거든요. 한 달 새 1만호 넘게 늘었습니다. 
 
우선 정부가 그어놓은 선 6만2000호는 무엇에 근거한 숫자인지 찾아보니 과거 20년 평균 미분양주택 수랍니다. 그러니까 20년 평균에 비해 많아졌으니 위험하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또 건설업계에서도 6만호를 위험선으로 본다니까 무난한 기준 같습니다. 결국 정부와 업계 기준을 모두 넘어버렸으니 미분양주택 수가 위험영역에 들어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미분양주택 자료에서 또 하나 충격적인 것은 증가폭이었어요. 전국 미분양주택이 지난해 12월보다 5만397호나 증가했거든요. 증가율로는 284.6%에 달합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2009년 3월에 16만5641호로 정점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보다는 적은 숫자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평소보다 많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분양 기록은 2009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과정에서 2012년 12월에 7만4835호를 기록했어요. 2013년 이후론 본 적 없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미분양주택 현황을 지역별로 구분해서 보면 ‘6만8107호’를 봤을 때와는 조금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증가율을 언급했는데 서울의 증가율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작년 12월 대비 증가율이 무려 1664.8%를 기록했으니까요. 서울 뿐 아니라 전북은 1794.7% 증가했고 광주도 977.8%에 달했습니다. 증가율만 보면 뭔가 사달이 난 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미분양주택 수를 보면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서울은 1664% 폭증한 결과가 953호거든요. 1년 전 미분양주택이 54호밖에 없었던 거예요. 전북은 조금 더 많네요. 133호에서 2520호로 늘었습니다. 광주의 경우 27호에서 291호로 증가했습니다. 
 
 
서울을 다시 세분화해 구별로 나눠볼까요? 현재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마포구로 245호입니다. 강북구도 227호로 많은 편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양질의 일자리를 따라 공급이 증가했던 평택과 안성에서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각각 1684호, 1239호입니다.
 
아마도 올해 초에 발생한 미분양 물량이 집계에 반영되는 2월과 3월 통계에서는 더 늘어나겠죠?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미분양 물량도 많다고 하고, 성북구의 장위자이레디언트, 경기도 광명시 정비사업장의 일반분양 등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단지들도 속속 반영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지역 내 주택시장에 부담을 주는 정도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포구에서 245호 미분양이 큰 숫자일까요? 최근 마포더클래시 미분양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입지가 좋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재건축단지임에도, 지난 연말과 연초 시장이 얼어붙으며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 미분양이 발생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 남아 있던 물량은 완판됐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한 완판에 실패한 단지들은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고도 남은 물량은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겠죠. 이들보다 먼저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한 장위자이레디언트도 미분양 물량을 많이 덜어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들로 인해 한두 달 미분양주택 수가 크게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흐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은 사정이 다릅니다. 잠재수요가 충분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을 털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미분양주택이 1만3445호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도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3105호)와 남구(3088호), 달서구(2435호)가 유독 많습니다. 41만 인구를 가진 수성구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규모입니다. 
 
결국 1일 대구시는 건축심의를 강화하고 신규 접수된 주택사업의 승인을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승인된 곳도 분양시기를 조절한답니다. 수요가 올라올 때까지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미겠죠. 
 
건설업계는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2년 전국 주택건설실적을 보면, 작년 12월까지 28.8만호를 분양했습니다. 2021년 분양은 33.7만호였고 2020년은 34.9만호였어요. 점점 줄여가고 있습니다. 분양이 감소하는데 입주(준공)가 늘어날 리 없습니다. 완만하게 감소 중이에요. 착공도 2021년엔 58.4만호였는데 작년엔 38.3만호로 뚝 떨어졌죠. 공급단계에서부터 관리하고 있습니다. 
 
진짜 골칫거리는 준공할 때까지 팔리지 않고 남은 악성 미분양입니다. 12월 현재 전국의 악성 미분양주택은 7518호입니다. 2021년에도 1만호를 넘었던 적이 있으니까 아직은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미분양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악성 미분양도 증가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았던 시절엔 5만호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시장이 돌아서면 미분양주택 수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지역 인구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니까요. 
 
작년 한 해 주택 매매량이 50만8790건으로 2021년보다 50% 급감했습니다. 수도권 매매건수가 58%나 감소했고 그중에서도 서울 거래가 64.8% 급감했습니다. 이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멈췄어요. 
 
수요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은 지역별 관리가 중요합니다. 글로벌 금리처럼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고, 정부의 규제 완화처럼 정치권에서 결정하면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반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택시장에 위기가 온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거래 규제가 과도한 부분을 해소해 미분양이 소화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미분양주택 숫자 급증에 놀라기보다는 ‘관리의 힘’이 추세를 돌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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