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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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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북)국민의힘 전당대회 나서는 비윤의 도전…패배해도 '졌잘싸'

2023-01-31 18:14

조회수 :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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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2월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시 오세훈 당대표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2월27일 열렸던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를 기억하십니까. 당시 황교안 전 대표가 총 6만8713표를 얻어 4만2653표를 득표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2만6060표 차이로 앞질러 승리를 거뒀는데요.
 
하지만 당시 패장이었던 오 시장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개표 결과 발표 때 환하게 웃으며 당대표에 선출된 황 전 대표와 포옹하며 축하해줬습니다. 이어 2년 뒤에 열린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승리자는 다름 아닌 오 시장이었는데요. 당내 경선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승리했고, 당시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경쟁에서도 이겼습니다.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오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던 건 그가 당내 중도적 입장을 꿋꿋하게 유지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오 시장은 전당대회 현장에서 야유와 욕설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중도 보수"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고도 외쳤습니다. 당내 인사들의 '5·18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광주에 직접 내려가서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 일반 국민들은 오 시장을 한국당 당대표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봤습니다. 30%가 반영되는 일반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얻은 지지율은 절반이 넘은 50.2%였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오 시장은 2만690표를 얻었습니다. 4969표에 그친 김진태 현 강원지사는 물론, 황 전 대표의 1만5528표 득표와도 12.5%포인트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국민의 눈높이" "중도 확장"을 강조한 그의 메시지가 평가받은 셈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전당대회 동안 당내 다수 인사들이 꺼려했던 탄핵 문제 등에 대해 일관적 목소리를 내고, '촛불민심'에 반응한 것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로 연결된 것인데요. 이는 결국 오 시장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자산이 됐습니다. 황 전 대표의 행보가 우측으로 기울 경우, 오 시장은 당내 '중도 보수'의 기수로 호출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사가 된 겁니다.
 
이후 한국당은 국민의힘으로 정당명이 바뀌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중도 정당화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대표적 보수 정치인인 나 전 의원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대표적 중도 정치인인 안 의원과 대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함께 받으며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오 시장이 2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는 이때와 조금 다릅니다. 친윤(친윤석열)의 대표주자로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당내 의원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에 맞설 비윤 주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친윤과 비윤을 아우르는 행보를 보이며 김 의원에 맞서고 있지만 확실한 비윤 주자로는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확실한 비윤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비윤 주자로 볼 수 있는 인사들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볼 수 없는 것인데요.
 
국민의힘 내부의 비윤 주자들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친윤 주자에 맞설 결기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비윤 간판을 달고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얻는 것인데 말입니다. 설사 전당대회에서 패배했더라도 국민들은 당내 주류 세력에 맞서는 당당하고 결기있는 도전자로 봤을 겁니다. 4년 전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패배했음에도 웃음을 보였던 오 시장의 얼굴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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