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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말뿐인 마약과의 전쟁)②박약한 의지에 의도도 의심…범죄와의 전쟁 2탄?

노태우 '범죄와의 전쟁' 연상케 하는 '마약과의 전쟁'

2023-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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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면서도 정작 필요한 예산 증액이나 인력 증원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과거 노태우정부의 '범죄와의 전쟁'과 같은 국면전환용 정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의지가 박약하다 보니 의도 또한 의심 받는 실정입니다. 
 
노태우정부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범죄와의 전쟁'의 정식 명칭은 '10·13 특별선언'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1990년 10월13일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를 소탕해 나가겠다"고 선포합니다.
 
이 특별선언은 거의 모든 일간지의 1면 톱을 장식하고 TV로도 생중계될 만큼 화제였습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치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결과를 떠나 그 이면에는 여론의 눈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10.13 특별선언'이 있기 약 열흘 전인 10월4일 보안사 소속 윤석양 이병이 노태우의 친위 쿠데타 계획인 '청명계획'을 폭로했습니다.
 
보안사가 정치·노동·종교·재야 등 각계 주요 인사와 민간인 1300여명을 상대로 정치 사찰을 벌였다는 내용의 폭로였고, 이로 인해 야당과 학생들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의 강한 반발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노태우 정권은 야당과 민주화 세력을 비롯해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지지율을 반등시킬 국면전환의 카드가 필요했고, 그것이 ‘10.13 특별선언’이었습니다.
 
이 선언으로 인한 '국면전환'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선언 약 열흘 뒤인 10월25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20세 이상 남녀 525명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7.4%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역시 출범 이후 30%대의 낮은 지지율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지율을 반등시킬 이슈가 필요한데, 그 카드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택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유명인의 마약류 사건은 전통적으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에 좋은 소재였다. 사진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돈스파이크(김민수)가 지난해 9월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마약은 여론을 집중시키기 좋으면서도,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 좋은 홍보 수단입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마약류가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사실이고 유통망과 공급책에 대해서는 뿌리 뽑는 게 중요한 것은 맞지만,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통상적 수준의 마약 수사에 불과하기에 시선 돌리기용 카드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이전부터 마약은 재벌 3세, 유명인(연예인, 스포츠 선수), 정치 관계자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에 좋은 소재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이 검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7일 국내 마약 유통 범죄 수사를 검찰이 다시 할 수 있게 한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은 이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야 합니다.
 
실제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3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서울중앙지검이 '재벌 3세 마약 일당 검거'라는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재벌·중견기업 2~3세, 전직 고위공직자 자녀, 연예인 등 대마사범 20명을 입건해 17명을 기소(구속 10명, 불구속 7명)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마약의 심각성을 부각한 뒤 검찰을 중심으로 마약류 사범 검거 성과를 낸다면 '봐라, 검찰이 나서니 이렇게 수사를 잘하지 않느냐, 그러니 검사가 수사를 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 않겠는가"라며 "추후 수사권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마약 수사만한 게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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