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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말뿐인 마약과의 전쟁)①예산도 인력도 없이 뿌리뽑겠다?

법무부·식약처 등 올해 마약 예산 살펴보니

2023-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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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마약 사건이 집중된 강남과 수서 일대를 방문해 수사 인력 보강 방안을 만들려고 한다."(윤희근 경찰청장, 지난해 8월10일 취임 첫 공식 일정으로 강남경찰서를 찾아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라."(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난해 10월13일 대검찰청 지시사항)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10월21일 경찰의날 기념사 중)
 
"올해를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겠다."(윤태식 관세청장, 2023년 신년사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1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찰에게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부터 줄곧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국내 마약류 사범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마저 낮아지고 있어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정부는 마약류 대응에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예산 증액과 인력 증원을 봐야 합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2023년도 예산 편성안과 국회 수정안, 그리고 의원실 등을 통해 입수한 주요 기관들의 올해 마약류 관련 예산·인력 운용계획 등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올린 올해 예산안을 보면 대부분 동결이거나 감액된 상황들이 눈에 띕니다. 말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외치는데, 예산이 뒤따르지 않습니다. 총알도 없이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모양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회가 수정 의결을 통해 증액해줬다는 겁니다. 
 
먼저 한동훈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는 올해 마약수사 예산이 지난해와 동일한 43억8500만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장관이 그토록 마약과 전쟁을 하겠다 외쳤는데, 정작 정부는 단 1원도 늘려주지 않은 겁니다.
  
다행히도 국회 수정안에서 증액이 이뤄졌습니다. 국회는 법무부 마약사범수사지원에 7700만원, 온라인 마약범죄 모니터링 시스템에 3억9500만원을 각각 증액했습니다. 국회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입니다.
 
경찰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보고된 정부 예산안을 보면 경찰청의 마약류 범죄수사활동 지원 예산은 18억4900만원으로, 지난해 21억8100만원보다 15% 줄었습니다. 이 예산은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 사이버 마약수사용 노트북 등의 장비를 구매하는 데 주로 쓰입니다.
 
최근 단속을 피하고자 음지화된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웹)과 가상자산(코인 등)을 활용한 마약류 유통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예산의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는 동결 또는 일부 삭감해 편성했습니다.
 
경찰 역시 국회 수정 의결 과정에서 예산이 늘어났습니다. 국회는 마약류 탐지장비 구매 9억원, 마약수사팀 전용 수사차량 임차 3억4000만원, 사이버 마약수사용 노트북 구매 3300만원을 각각 증액했습니다.
 
경찰청은 인력 문제도 심각합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 마약 수사 인력은 경찰청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17개 전국 일선서까지 모두 합쳐 330여명입니다. 
 
2018년 치안정책연구소의 '경찰 마약수사전담팀 업무량 분석'에 따르면 경찰 내 마약 수사 적정 필요 인력은 692명이었으니, 절반 수준인 겁니다. 지난해 경찰청은 올해 마약수사 전담인력 82명을 증원 요청했으나 정부 심사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또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건수사비와 수사경찰 활동 여비가 각각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1인당 월평균 사용 가능 수사비는 14만5000원에서 13만원대가 됐습니다.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약 수사 경찰관은 "지난 8월 윤희근 청장이 취임하면서 마약 사범 엄정 단속을 국민체감 2호 과제로 내걸었는데, 인력 증원은커녕 수사비마저 줄어 사비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2023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각 기관 마약류 예산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거나 지난해와 같다. 국회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증액을 해 그나마 지난해보다 늘어난 예산으로 최종 확정됐다.(이미지=뉴스토마토)
 
"올해를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겠다"는 관세청도 단속 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관세청은 해경과 함께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을 국경에서 차단하는 최전선 기관입니다. 국내 전체 마약 적발 규모의 90%를 관세청이 적발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 마약 전담인력은 47명에 불과했습니다. 적발 마약량은 2018년 361.9㎏에서 2021년 1272.4㎏으로 4배쯤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인력은 33명에서 14명 늘어났을 뿐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족한 일손을 타부서에서 받아 운용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관세청은 지난 2일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통해 전담인력을 47명에서 126명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인데, 여전히 정원 외 인력이라는 현실은 변치 않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부가 '작은 정부'를 추구하기 때문에 인력 증원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기에 내부 재배치와 정원 외 인력 등으로 마약 말반입 원천 차단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산도 정부안을 보면 대폭 줄었습니다. △불법위해물품 안전관리(31억8900만원→27억5700만원) △통관감시장비 현대화(195억7000만원→103억6000만원) △밀수단속(96억3100만원→60억2200만원) 등입니다. 관세청도 국회의 수정 의결을 거쳐 감액된 마약류 관련 각 예산을 증액했습니다. 
 
해양경찰청도 올해 정부안에서는 마약류 예산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예산이 1억6400여만원이었는데 올해는 1억2100여만원으로 감액됐습니다. 결국 국회가 나서서 5억여원을 증액해 최종 6억2800만으로 확정됐습니다. 최근 5년 중 올해가 가장 많은 예산이 편성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장비 관련 예산 증액이기에 인력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해경의 마약 단속 건수는 2018년 90건에서 2022년 962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는데, 마약 단속 인력은 같은 기간 8명에서 23명으로 3배 늘었을 뿐입니다.
 
해경 관계자는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보다는 해양을 이용한 밀반입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특히 대형선박을 통하면 한 번에 대규모를 밀반입할 수 있다"며 "지방청별 마약수사대 인력 증원과 역량강화를 위한 마약사건수사비 등 전담예산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약류 중독자 치료·재활사업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안전처를 살펴보겠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사업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4억1000만원입니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에 따르면, 1명의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하는 데에 보통 입원기간 3개월 통원치료 12개월이 걸리고, 비용은 600만~700만원이 듭니다. 4억이면 60~70명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국내 마약류 중독자가 50만명으로 예상되니, 1%도 치료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식약처도 정부안을 보면 마약류 예산이 동결 또는 감액됐습니다.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 예산이 지난해와 같은 25억7900만원으로 한푼도 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국회 수정 의결을 통해 참여형 예방교육(신규) 예산 9억원 반영돼 최종 34억7900만원으로 늘어났습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예산의 경우 정부는 지난해 33억 400만원에서 올해 32억2100만원으로 감액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다행히도 국회서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으로 4억5000만원을 증액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36억7100만원으로 예산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영 예산 역시 지난해 25억8400만원이었는데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4500만원 줄인 25억3900만원을 편성했습니다. 이 역시 보다 못한 국회가 10억원을 증액해줬습니다. 
 
인력은 한참 부족합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팀 내 마약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살펴보면 2022년 3명(정원)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직전년보다 1명 늘어났습니다.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사이버조사팀 마약 담당 모니터링 인력 2명이서 연간 6167건의 온라인 마약류를 점검했습니다.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SNS 등 검색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고, 한 종류의 마약 관련 광고가 트위터에 한 시간에 수십 건이 생성되는 현실인데 인력 증원도 없이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식약처 측은 "2021년부터 중대성이나 시급성 등을 고려해 내부 인력 재배치로 필요시 최대 12명이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메우는 꼴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서영석 의원은 "SNS에 한 시간에도 수십 개의 마약류 불법 판매 광고가 생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눈속임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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