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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베이비스텝' 밟았다…최종금리 3.5% 다수의견(종합)

한은, 6연속 금리 인상…긴축 속도 조절

2022-11-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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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며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록을 세웠다. 여전히 5%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지만,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조절 가능성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인상폭은 조절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최종 금리 수준을 3.50~3.75%로 예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3.25%로 0.25%p 인상했다. 이는 2012년 7월(3.25%) 이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4·5·7·8·10월에 이은 사상 첫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은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7% 오르면서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10월 들어 석 달 만에 다시 올랐다. 앞으로의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1월 4.2%로 10월(4.3%)보다는 낮아졌지만, 7월(4.7%) 역대 최고 기록 이후 5개월째 4%대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과 최근 다소 안정된 원·달러 환율, 자금·신용경색 위험,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폭은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에서 이달 베이비스텝으로 좁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인상폭은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p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 의사록 내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 결정 당시 다수의 FOMC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FOMC에서는 연준이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빠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후퇴와 금융 불안정도 고려했다는 평가다.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부진하자 4분기 이후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의 폭등으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큰 것과 더불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자칫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폭을 한걸음 늦추며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한 두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웃돌고 있고, 이런 오름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예상 최종금리 수준은 3.5%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며 "3.5%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분 세 분, 3.25%에서 멈추는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분 한 분, 3.5~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이 두 분이 계셨다"고 밝혔다. 대다수 위원들이 3.5%를 최종금리로 전망한 셈이다.
 
다만 이 총재는 최종금리 도달 시점과 유지 기간, 즉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신한 이후 금리인하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번 금리 인상기의 최종 금리를 연 3.5~3.75%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월 0.25%p 인상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국내 내수 경기도 급격히 동력을 잃어가면서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준금리는 1분기 3.75%에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 최종금리 수준이 5.25% 정도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 한은도 3.75%까지 올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진다는 점은 한은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로, 한·미간 금리 격차는 0.5~0.75%p다. 연준이 다음달 FOMC에서 최소 빅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00~1.25%p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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