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카메라 좀 넣어두면 안될까요

2022-11-16 18:04

조회수 : 1,69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주말에 전시회를 다녀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 중인 '장 줄리앙' 전시회였다. 이 전시회는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의 그림과 각종 스케치, 영상물 등이 전시되며 MZ세대는 물론, 가족 관람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토요일 오후 도착한 DDP 전시장 앞에는 전시회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시 반에 도착해 대기표를 뽑으니 '1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친절한 안내가 나왔다. DDP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은 이 전시회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1시간을 겨우 기다려 들어갔다. 입구 복도 한쪽으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안내자는 "사진 찍으려면 이 줄 서시고, 사진 안찍으려면 그냥 들어가셔도 돼요" 라고 했다. 
 
DDP에서 열린 장 줄리앙 전시회.
 
장 줄리앙 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저 줄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으려면 또 20-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냥 패스. 
 
전시회 내부는 더 가관이었다. 곳곳에 기발하고 아이디어 넘친 사진들이 넘쳐났다. 기발하고 재밌는 사진일수록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들이 선 줄로 인해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었다. 거의 모든 작품에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붙어있었다. 
 
이 아티스트의 그림은 매우 단순해 세대와 국경,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핸드폰을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을 보고 전시회에 그림을 감상하고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사진을 찍으러 온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림을 눈에 꼭꼭 담아두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이었다.
 
사진 허용이 장 줄리앙 전시회의 흥행을 불러온 듯하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시회가 대중적으로 흥행할지는 몰라도,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최악인 것 같다. 그림 및 전시물은 보고 느끼고 감상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사진을 찍으려 모여들면서,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우리 손안에 쥐어진 손안의 카메라가 오히려 삶과 일상을 지배해버렸다. 사진이 허용된 전시회는 안 가는 편이 낫다는 교훈을 얻은 하루였다.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