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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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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세모이배월)탈원전 족쇄 푼 두산에너빌리티 채권 '괜찮아요'

7년연속 적자지만 재무구조 개선돼 부도 위험 급감

2022-11-14 06:30

조회수 : 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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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길고 긴 고행의 터널을 지나 환골탈태한 기업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그로 인해 회사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재무구조가 나빴고 올해에도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이젠 두산에너빌리티의 존망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설비 그중에서도 원전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걸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전 정부가 탈원전을 강하게 추진했으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 역시 산유국들의 발주 감소로 곤경에 처했다. 수주절벽에 빠진 데다 두산건설 등 자회사와 관계기업들까지 부실해지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결국 채권자에게 빌린 돈, 주주에게 추가로 투자받은 돈으로 연명하다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다행히 지난 2년간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고 증자로 곳간을 채우는 등 정상화에 매진한 끝에 전열을 정비하고 새 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이 큰 보탬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다시 발전설비 사업에 힘을 쏟는 중이다.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보릿고개를 넘느라 어쩔 수 없이 남은 후유증도 있다.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에 돈 빌려줄 사람은 많지 않기에 채권을 발행할 때는 신주인수권을 다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2017년말 1억2974만주였던 발행주식은 8월말 현재 6억3830만주로 5배나 급증했다. 유상증자로 늘어난 주식도 많지만 채권에서 주식으로 바뀐 양도 엄청나다. 
 
아무리 기업 사정이 나아졌다고 해도 물량 앞에서는 버틸 장사가 없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회복하는 듯하다가도 약세로 돌아서길 반복했다. 
 
하지만 물량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주들의 문제일 뿐, 채권자에겐 그 덕분에 기업의 상환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채권 발행과 주식 전환을 반복하는 지난 5년 동안 자본금은 약 6000억원에서 3조2410억원이 됐고, 2018년, 2019년 300%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말 128.1%(잠정)로 뚝 떨어졌다. 2020년 7조4000억원을 넘었던 순차입금은 3조6000억원으로 홀쭉해졌다. 그러니 이제 두산에너빌리티의 채권이 부도날 걱정은 크게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조한 원자로 내부구조물을 수송하는 모습.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박하다. 두산에너빌리티73과 두산에너빌리티74는 올해 5월과 9월에 발행한 BBB0 등급의 2년만기 회사채로 표면금리는 각각 5.10%, 6.50%다. 
 
채권시장에 불어닥친 바람은 이들의 채권가격도 함께 끌어내렸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73 채권가격은 9899.90원이며, 두산에너빌리티74의 가격은 9960.50원이다. 하루 전만 해도 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지난 11일 채권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7%대 초중반의 수익률로 매수할 기회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리금 상환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채권의 수익률이 7%대로 올라간 것도, 만기만 넉달 차이나는 두 채권의 매매수익률이 벌어진 것도 시장 탓이다. 5월에 발행한 두산에너빌리티73은 8월말까지도 1만원 위에서 거래됐던 걸 떠올리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시기에 BBB0등급 회사채치고 높다고 할 순 없지만, 1년6개월 길게는 1년10개월 정도 보유 후에 얻을 수 있는 수익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채권 만기까지 기다려 원금을 상환받는다면 채권 시세차익도 추가로 챙겨 투자수익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그 사이 금리가 하락해 채권가격이 오르면 그보다 먼저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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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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