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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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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정태영 신화'의 이면)현대카드, 신용정보 무단수집 '불법마케팅' 의혹

31쪽 분량 대외비 문건 입수…제보자 "2011년부터 불법 마케팅"

2022-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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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둘째 사위이자 금융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브랜딩·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M카드 성공을 이끌었고, 이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으로 상징된다. 모그룹인 현대·기아차의 후광을 업기도 했지만, 2% 미만의 시장점유율을 업계 선두권으로 견인하며 '정태영 신화'를 써냈다. SNS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소통하는 CEO' 이미지도 얻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도 많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둔 덕에 장기간 대표로 군림하며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 의혹이 제기됐고, 부모의 유산을 놓고는 동생들과의 이전투구식 소송으로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본지가 내부 제보 등을 바탕으로 두 달여에 걸쳐 취재한 내용은 이러한 잡음 차원을 넘어선다. 현대카드가 개인신용정보를 불법으로 마케팅에 썼다거나,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돈을 마음대로 빼 쓰고, 선친의 회사를 넘겨받는 과정에 불·탈법이 있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정태영 신화의 이면에 관한 취재 결과를 몇 차례로 나눠 게재한다.<편집자>
 
현대카드가 최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개인신용정보를 현금서비스 및 카드대출 이용 유도 등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케팅에 활용된 신용정보에는 개인 인적사항은 물론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이용내역, 현금서비스 및 카드대출 내역, 심지어 신용등급과 타 카드사 이용현황 등까지 포함됐다는 게 내부 제보자의 주장이다.
 
15일 취재팀이 입수한 현대카드의 31쪽 분량 대외비 문건을 보면, 회사는 자사 금융서비스 이용내역, 타 금융사의 현금서비스 및 대출내역 등을 활용해 143만명이라는 마케팅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들을 A·B·C·D·E 등 5개 '세그먼트'로 나눴는데, 기준은 고객이 보유한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에서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을 받은 비율이다. 문건에는 세그먼트별로 어떤 마케팅을 할지(Tool Box), 마케팅 실행방안은 무엇인지, 진행경과는 어떻게 됐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현대카드의 대외비 문건을 보면, 회사는 고객을 신용정보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한 뒤 전화·문자 알림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토마토)
본 기사의 해당 이미지는 워터마크가 있는 상태로 첫 보도가 됐고, 워터마크에는 ○○○이라는 이름이 있었으나 ○○○은 본 기사에서 언급된 제보자가 아닙니다. 워터마크가 있는 이미지가 보도되어 ○○○씨가 제보자로 오인돼 피해를 받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문건 왼쪽 상단에 적힌 A세그먼트에는 '당사금융 Main(CA SOW 60% ↑) 6.6만'이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현대카드를 주 카드로 쓰는 대상을 1차로 추린 후, 이들 가운데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에서 현금서비스(CA, Cash Advance)를 받은 비율이 60% 이상인 사람이 6만6000명"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등장하는 SOW는 'Share Of Wallet'의 약자로, 전체 카드 사용량 중 자사 카드의 사용비율을 말한다. C세그먼트의 'Secondary(CA SOW 60% ↓) 40.7만'은 "현대카드가 메인이 아닌 대상을 1차로 추린 후,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은 비율이 60% 이하인 40만7000명"을 뜻한다. 
 
또 D세그먼트는 '당사 CL 유실적 & CA 무실적(CA SOW 0%, 13만)'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현대카드에서 카드대출(CL, Card Loan)은 있지만 현금서비스는 없는 고객이 13만명"이라는 말이다. D세그먼트만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 마케팅 실행방안엔 'NICE 등급별 우대금리 차등화(고정금리 12.5~18.5%) TG: CG Test 진행'이라고 적혔다. 이는 "D세그먼트 고객에겐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제공하는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차등화하고, 테스트그룹(TG)과 컨트롤그룹(CG)별로 다르게 전화·알림으로 상품을 소개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가령,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의 사용 비율이 높은 고객을 데이터화 하는 건 인적사항과 신용등급, 타 카드사 이용현황 등을 모르고선 진행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문건은 현대카드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을 어기고 불법 마케팅을 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신용정보법 33조에 따르면 신용정보 이용은 원칙적으로 '신용정보 주체가 신청한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전화·문자로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하는 건 신용정보법 위반에 속한다. 제보자는 "전화·문자를 할 때 고객에게 어떻게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안내 대본도 있었다"고 했다.
 
취재팀이 두 달여에 걸쳐 만난 복수의 전·현직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관계자들도 회사가 최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마케팅에 활용해서는 안 되는 신용정보를 조회, 전화·문자 등으로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하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정보를 활용해 이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대외비 문건들이 작성돼 경영진에 보고됐고, 회사는 이 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내부 단속을 했으며, 금융당국이 감사를 나오면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제보자는 "정 부회장이 경영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은 각각 별개 회사지만 직원들은 한 건물, 한 부서, 한 사무실에서 뒤섞여 일했다"며 "각사 고객의 신용정보가 스스럼없이 무단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이 멋대로 신용정보를 이용할 수도 없거니와 위에서 '오더'를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회사도 불법인 걸 알았기 때문에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라', '수시로 자료를 삭제하라'며 직원들을 단속했고, 법망을 피하려고 데이터사이언스팀도 꼼수로 운용했다"고 말했다.

전·현직 관계자들은 정태영 부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현대카드를 경영했다"며 "회사가 신용정보를 무단 활용하는 걸 CEO가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이 일을 주도한 임원 두 사람은 정 부회장의 측근이었다"며 "정 부회장의 경영 성과는 현대차·기아차 고객에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이용토록 하는 등 그룹의 후광과 신용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하며 이룬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카드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대카드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현대카드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신용정보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현대카드는 어떠한 경우에도 비동의 고객의 신용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뉴스토마토>에서 확보했다는 문서는 동의 고객 대상 일반적인 마케팅 관련 문서로 신용정보법 위반과는 아무 상관없다"며 "동의한 고객의 신용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마케팅에 활용하는 건 기업의 적법한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정보는 상거래관계의 설정 및 유지를 위해서만 써야 하는데, 가명정보(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를 통계·연구에 이용하거나 내부 경영목적으로 쓰는 건 일부 허용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타 금융사 정보와 신용등급 등을 이용해 전화·문자 알림으로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도 "신용정보원이 관리·제공하는 정보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권유할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상거래관계 설정 및 유지에만 써야 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2021년 4월 모 카드사가 고객 신용정보를 영리 목적의 광고에 부당 활용했다가 3억2760만원의 과태료를 받은 바 있다"고 했다.
 
현대카드 내부 관계자는 마케팅 활용 동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낮은 동의율 탓에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적 있었다"고 반박했다.
 
특별취재팀 newsal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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