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광연

(시론)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2022-10-28 06:00

조회수 : 4,09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헌정사 최초의 기록이 넘친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헌정사에 들어본 적 없다"라고 했고, 야당은 "외교 현장에서 야당을 향한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는가?"라고 하면서 극한 대결로 치달았다. 결국 제1야당이 전면 불참하는 반쪽짜리 대통령 시정연설이라는 헌정사 최초의 기록이 또 세워졌다. 앞으로도 헌정사 최초의 기록은 계속될 것 같다.
 
'최초'라는 말, 대체로 좋은, 긍정의 언어에 속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출발부터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엄청난 '최초'의 기록을 제조했다. 국회의원 0선 출신, 정치데뷔 1년짜리 초보 후보, 서울대 법대 출신 필패론을 깬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후보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언행에 대한 부적절한 논란도 많았고, 그때마다 화제가 되면서 당선이 된다면 '정권교체'의 묻지마 투표의 덕을 볼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뭘 하겠다는 공약은 거의 없고, 뭘 없앤다, 안 하겠다는 공약이 대부분이었다. 선거공보물에 첫째 혼밥하지 않겠다. 둘째 자기 잘못을 부하 책임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공약이 있을 정도였다. 뭘 하겠다는 공약보다 폐지하겠다는 공약으로 승리한 최초의 후보이기도 하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좋기만 하면 좋은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머리가 갸우뚱해지기 시작했다. 법적 권한도 없는 당선인 신분으로 무작정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했고, 최초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당분간 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했지만, 국가적 재난인 집중호우와 안보 위기에서도 잘 대처가 되지 않은 것을 지켜봤다. 국민은 신속한 이사를 부탁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최초의 돌출 무대 마련과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은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가까이 가려는 의지와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기술적 원인으로 지적되는 약식기자회견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으니 '최초'를 좋아하는 대통령의 우직한 고집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뭔가 어수선하고 이해되지 않는 대통령실 정비도 미덥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이라는 집권당 정비는 더 엉망이었다. 대통령이 여당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체리따봉을 보내 당대표를 내부총질(?) 하는 사람으로 규정했고, 결국 이준석 당대표를 당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하고, 당헌을 개정하여 비상 상태를 만들어서 윤핵관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집권당 역사에서 최초의 일이다.
 
이쯤 되면, 최초라는 말이 긍정적이지만 않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초'라는 말은 아무 잘못이 없지만, 잘하는 것만 '최초'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잘못하는 것으로 '최초'가 계속 쌓이면 대통령도 국민도 불행해진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려면 간단하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당선 직후 국민의힘 당사에 내걸린 최초의 현수막은 아이를 껴안은 사진에 "반드시 하겠습니다. 국민통합"이었다. 그리고 취임식 날, 현충원 참배하고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여기서도 통합이 번영보다 앞자리에 있다, 즉 통합돼야 번영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국민통합은 여야가 정치파트너로 서로를 인정할 때, 비로소 출발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화와 타협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둘 다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이다.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국정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적 정치에서는 대통령과 의회와의 대화는 정당의 대표인 야당 대표와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고, 이것을 '협치'라고 부른다.
 
지금 강대강 대결 정치의 끝판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은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 없다면서 야당과 협치를 거부했다. 외교 현장에서 나온 "이 XX들이"라는 발언을 사과하기만 해도 정상적인 시정연설이 가능했지만, 사과할 일이 없다, 기억에 없다고 거부했다. 대통령 시정연설 다음은 예산안 심의다. 절체절명의 민생을 해결할 예산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 고사에 "말안장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 있으나 다스릴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선거 승리가 아니라 집권 이후의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는 것이다. 부처님도 말씀하시길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라"라고 했다. 대선의 연장 3라운드로 검찰 사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대통령이 되었으면 헌 뗏목을 버리고 새길을 개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통치 지도력을 바꾸기만 해도 희망이 보일 것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의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대타협의 '협치'로 과감하게 전환하여 여소야대를 돌파하는 대통령, 국난극복으로 국민에게 박수받는 좋은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까?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광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