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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차기태의 경제편편)통신3사는 면죄부 받았나

2022-10-05 06:00

조회수 : 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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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국내 치과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몸값은 최대 4조원대에 이른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SK텔레콤으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일지 모르겠으나,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씁쓸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이동통신 사업을 거둔 막대한 이익을 요금 인하 등의 방식으로 우선 일부라도 소비자에 돌려줘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사업 확장에만 골몰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는 요즘 인수합병에 가장 열을 올리는 재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 3사는 사실 5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하면서 가입자 원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이 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후 4년이 흐르는 동안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가입자는 2513만여명에 이르렀으니, 상용화 첫해인 2019년에 비해 5.4배 늘어났다. 트래픽 비중으로는 이미 70%를 넘었다.
 
그렇지만 5G의 속도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다. 2019년 5G 서비스 상용화 당시 '5G는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식으로 홍보하며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과기부가 공개한 품질 평가 당시 5G 다운로드 속도는 LTE의 5.3배 수준에 그쳤다.
 
이는 주로 가입 회선과 트래픽의 격차 때문이 아닌가 한다. 5세대 가입 회선이 전체의 33%에 불과하니 70%를 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려울 듯하다.
 
5G 통신망은 늘어나고 있다지만, 여전히 건물 내부에서는 더디다. 이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오면 LTE만 터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도시와 농어촌·도서 지역 이용자들 간의 품질 격차가 크다고 한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862Mbps로 평균을 상회하지만 지방은 평균을 밑돈다. 이 역시 필연적인 일이다. 콩 심은 데 콩 나오고 콩 심지 않은 곳에 싹트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5G 기지국 19만8832개 중 서울 3만7291개, 경기 4만3536개에 깔려있다. 수도권에 전체 40%가 몰려있다. 반면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설치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들의 설비투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특히 28㎓ 대역 기지국의 경우 애초에 내놓았던 약속은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럴 바에는 왜 약속했단 말인가?
 
5G 통신 이용자들이 너무 실망한 나머지 LTE로 되돌리고 싶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통신 3사가 자급제폰을 제외한 5G폰에 대해 LTE 가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약정이 끝난 단말에 대해서도 요금 이동을 막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독일의 통신사들은 5G와 LTE 구분 없이 요금제를 적용한다고 한다. 출발은 한국보다 늦었지만,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는 오히려 더 선진화된 것이다.
 
더욱이 5G 요금마저 비싸고 요금제 선택권마저 극히 제한돼 있다. 요금제는 다양하게 설정해 소비자 선택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일방적으로 책정한 고가요금제를 쓰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모두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지자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중간요금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다.
 
이렇듯 한국의 5세대 이동통신은 불완전 판매로 가득 차 있다.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의 통신사들이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데 이런 소비자 기망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공로를 감안해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기망에 대한 면죄부라도 주었다는 말인가?
 
업계와 주무부처 사이에 상호협력은 필요하지만, 아예 유착돼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비판은 아마도 듣기 싫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요금제를 과감하게 혁신하도록 유도하든가, 서비스 속도라도 개선하도록 감시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통신사는 앞으로 소비자 불신의 표적이 되고, 과기정통부는 계속 의심받을 것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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