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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뚝딱' 만들어야 할까

신약개발에만 10여년…"오히려 실패가 정상"

2022-09-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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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인류의 반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백신 개발 성공에도, 무수한 치료제 상용화에도 아직 코로나19는 끄떡없는 위세를 자랑한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이따금씩 코로나19 치명률을 독감과 비교하는 촌극도 벌어지지만 세상 어느 나라에서 독감으로 하루에 수십명, 수백명씩 사망할까. 여전히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무서운 질병이다.
 
유행하는 변이주에 맞춘 백신이 필요하듯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의약품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치료 옵션은 많아질수록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 가능하다면 품목 수를 늘려야 한다. 먹는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처럼 효과가 좋은 기존 치료제가 개발된 상황이더라도 말이다.
 
공중 보건상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발주자가 나와야 하는 이유는 많다. 단적으로 산업계 입장에서도 이득이 더 많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고 다른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재빨리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경험이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냐는 불만이 주를 이룬다. 어차피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옆구리를 찌르는 이들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신약을 기준으로 보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드는 기간은 최소 10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오히려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치료제 개발 시도는 약물재창출 등의 형태로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보였다.
 
강산이 변할 세월을 보냈다고 무조건 약이 허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신약개발 성공률은 10% 안팎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인사가 "100개 후보물질 중에서 10개만 신약으로 개발된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실패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뜻"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성급한 허가 또는 승인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약 3년에 걸쳐 코로나19가 유행했으니 속도전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정확한 검증과 평가는 철저하게 보장돼야 한다. 의약품이 쉽게 쓰고 쉽게 버려도 몸에 해가 되지 않는 공산품과는 다르니 더더욱 평가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안전과 효능을 저버리고 속도만 선택한 의약품은 코로나19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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