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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카톡 업무지시 금지 법안, 취지는 좋지만…

2022-09-16 16:11

조회수 : 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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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지난 8일 반가운 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근로시간 외 전화, 문자, SNS 등 각종 통신수단 이용한 반복적 업무지시 금지하는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퇴근 이후 근로자를 사측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안으로, 해당 법안 일부개정안은 제6조의2를 신설하면서 '근로시간 외의 전화 등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반복하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문자메시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수단도 조항에 명시해 위반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도 명시했습니다.
 
카톡으로까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법안으로 한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문도 들었습니다. 통상 카톡 업무지시를 할 필요가 없는 생산직, 비대면 업무를 하지 않는 다른 서비스 직종 등에서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처럼 실시간 이슈에 대응해야하는 언론사들의 경우 이러한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설령 카톡 업무지시 금지 법안이 발효됐다고 해도 신고를 원활하게 될지 의문입니다. 상하 위계질서가 견고한 현 직장인 조직 문화에서 일종의 내부 고발자라는 딱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인사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입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카톡 업무지시 금지를 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기도 합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때 핵심 공약중 하나였던 주 52시간 상한 근무제 당시에도 취지와 다르게 운영돼 아쉬움을 많이 남겼습니다. 초반 대기업을 중심으로 52시간 상한 근무제가 적용됐는데 당시 기업들은 야근을 못하게 하고, 업무시간이 초과하면 심지어 저녁 7시 소등, 컴퓨터 강제 오프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데드라인이 정해진 일을 해야하는 부서에선 억지로 소등을 하더라도 인근 카페 혹은 집으로 가져와서 일을 하고도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회사 밖에서 야간 근무를 했다고 기안에 올렸다가는 회사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장인들은 결국 대체 인력이 충분하지 못해서 야근이 늘어난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상사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강제적 법 조치를 하더라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저녁있는 삶'의 가치를 다수가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과잉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대체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해보입니다. 
 
카카오톡 관련 이미지. (사진=카카오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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