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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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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외 시추·운송 등 LNG 밸류체인 다 좋다

GLNG·WTI 주가 2배 뛰었는데 ‘안비싸’

2022-09-19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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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국 조선의 부활에 크게 기여한 LNG 선박보다 몸값이 비싼 천연가스 시추 및 보관시설과 장비를 가진 기업들과 그로부터 나올 신규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의 한 축을 맡았던 러시아산 PNG가 크게 위축되면서 LNG 생산과 운송이 급증했다. 이에 LNG 선박 건조에 경쟁력이 있는 국내 조선사들은 신규 발주에 힘입어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중이다. 
 
천연가스는 주로 난방용 연료로 쓰인다. 여기에 전 세계가 탈원전, 친환경 발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들이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LNG 화력발전을 선택하면서 LNG 수요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마침 환경규제 강화로 LNG 추진선을 만들어 선박연료로 쓰기 시작한 와중에 전쟁이 발발, 러시아가 가스 수송관을 무기로 삼자 LNG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그에 따라 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하면서 운임이 상승,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누렸다. 또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나라가 늘면서 LNG 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됐다. 국내 조선사 주가를 끌어올린 배경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LNG 밸류체인 모두가 들썩이는 중이다. 아직 덜오른 분야도 있다. 
 
천연가스는 수송 경로에 따라 PNG와 LNG로 구분한다. PNG는 수송관(Pipe)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며, LNG는 운송 편의를 위해 액화시켜(Liquefied) 옮기는 가스를 말한다. 대륙으로 연결된 유럽국가들은 러시아 등에서 PNG로 공급받고, 카타르 등에서 수입하는 중국, 한국, 일본 등은 배로 실어나른다.
 
배에 싣기 전엔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든다. 천연가스를 -162℃로 냉각하면 투명한 액체로 바뀐다. 액체 상태에선 불이 붙지 않고 독성도 없으며 부피도 600분의 1로 줄어 수송하는 데 제격이다. 반대로 수입국에서는 LNG를 다시 기체로 환원해 사용한다. 그래서 천연가스 수출국과 수입국의 항구엔 각각의 작업이 가능한 전용 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LNG 수요 증가는 돌발적인 변수에 속한 일이어서 LNG 전용 터미널이 없거나 부족한 나라가 많다. 당장 LNG가 필요한데 터미널 건설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 터미널의 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장비가 바로 FLNG와 FRSU다. 
 
FLNG(Floating LNG)는 바다에 띄워놓고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선박이다. 천연가스의 정제·생산·액화·저장·하역 등을 바다 위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커다란 LNG 선박에 모든 설비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FRS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은 반대로 LNG를 기화하는 장비로 이 또한 LNG선을 닮았다. 똑같이 바다 위에 띄워놓는 부유식 장비다. 각각 천연가스 수출국과 수입국에서 사용한다. 
 
미래에셋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1800만톤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LNG 육상 수출터미널 골든패스LNG(Golden Pass LNG, 2024년 가동 예정)를 구축하는 데 100억달러가 투입됐다. FLNG는 이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골라LNG(Golar LNG)가 2018년부터 운영한 연간 240만톤 설비 FLNG의 자본지출은 14억 달러다. 수입국 항구에 필요한 FSRU는 1척당 약 3억달러로 이보다는 저렴하다.
 
FLNG와 FRSU 가격은 터미널 구축에 비해 비용이 낮다는 것이지 조선사들의 LNG선박 수주가에 비하면 매우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FLNG의 최근 가격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FLNG와 FRSU도 조선사들이 건조한다. 지금처럼 수요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신규 발주도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FLNG 4척 중 3척을 건조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중공업이 자사의 FLNG, FRSU 관련 핵심인력을 빼가려 했다며 현대중공업을 공정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것에 미루어 볼 때 현대중공업 등도 FLNG, FRSU 건조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이들이 익숙하지만, LNG 몸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 천연가스를 채굴하거나 LNG 수출터미널을 운영하는 기업, LNG 운반선을 보유한 해운기업들이다. 
 
셰니어에너지는 미국 최대의 LNG 수출터미널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종목기호도 LNG다. 텔루리안(TELL)은 천연가스 생산에서부터 파이프라인, LNG 수출터미널 등 미드스트림에 속하는 인프라를 운용하는 기업이다. 킨더모건(KMI)은 파이프라인, LNG 수출터미널을 갖고 있으나 석유사업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LNG 집중도는 덜한 편이다. 
 
골라LNG(GLNG)는 해양 LNG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으로 특히 몸값 오른 FLNG가 있다. 플렉스LNG(FLNG)는 LNG운반선 13척을 보유한 해운사다.
 
전체적으로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들은 석유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연가스 사업은 아직 회복하는 중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을 보면 천연가스 관련 기업들의 성적이 조금 더 좋았다. 셰니어에너지는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주가는 연초 이후 70% 넘게 상승했다. LNG 수출 인프라를 보유한 골라LNG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1년치를 이미 넘어섰다. 덕분에 주가도 2배 이상 뛰었는데도 아직 지표상으로는 비싸지 않다. 
 
운송 등 미드스트림 영역의 주가가 강세인데 업황에 더욱 민감한 업스트림은 두말할 것 없다. 
 
트랜스오션(RIG)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채굴하는 글로벌 최대 해양시추업체다. 지난 2020년 한국 조선사에 주문했던 시추선(드릴십) 계약을 취소, 피해를 줬던 반갑지 않은 뉴스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적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시절이 좋을 때는 큰 고객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트랜스오션의 시추선을 각각 12척, 현대중공업이 2척을 건조하기도 했다. 
 
W&T오프쇼어(WTI)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시추회사로 미국 연안과 멕시코만 일대에서 시추를 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약 5억달러인데 상반기엔 컨센서스를 20% 정도 초과했다. 올 들어 주가도 2배 올랐지만 실적이 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란 변수가 촉매가 됐으나, 유럽의 시장 참여 확대로 LNG가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일부로 인정, 그로 인한 수요 증가도 꾸준해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LNG 투자 확대로 인한 LNG 선박과 플랜트 확대에 따른 수혜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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