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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영상)민생 대신 사법 충돌…"정치의 실종, 정치의 사법화"

국민의힘, 이준석과 '비대위' 난타전…문재인정권 수사도 착착

2022-09-1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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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정기국회가 시작됐음에도 민생은 여전히 뒷전이다. 오히려 사법 투쟁만 난무한다. 서로를 죽이려는 극한대결 속에 정치는 실종됐고, 정치의 사법화는 심화됐다는 평가다. 앞길도 무한충돌만 예상된다. 이미 정치의 주무대를 국회가 아닌, 검경과 사법부가 장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내내 특유의 비호감 이미지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이들의 비호감 이미지 생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각각을 둘러싸고 있던 사법 이슈였다. 양측은 윤 대통령의 고발사주 의혹과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변한 게 없다. 물가 폭등, 주가 폭락, 금리 인상 등 국내 경제 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지만, 여야는 말로만 민생을 외칠뿐 실제로는 서로를 겨냥한 사법 대결에만 치중하고 있다.
 
먼저 국민의힘은 사법부 판단에 집권여당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막후 중재 등 정치적 해법 모색 없이 극단적 충돌만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잘못된 문자("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하나가 당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 측은 기존 지도체제를 뒤엎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윤핵관이 주도하는 당권 찬탈 쿠데타"로 규정하며 절차적 하자 등을 지적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과의 결별'을 목표로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당 안팎에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새 비대위원장에 선출된 정진석 신임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 및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4번째 가처분 신청이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6일 이 대표의 1차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주호영 당시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사실상 이 대표의 완승이었다. 양측은 추석 연휴 직후 다시 법정에서 격돌한다. 국민의힘은 당헌 96조를 개정해 법원이 문제 삼은 '비상상황' 요건을 구체화해, 두 번의 실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급적용의 문제가 남아 또 다시 '인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비대위는 연거푸 좌초되며 '이준석의 늪'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인 지난달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민주당, 특히 전임 문재인정부를 상대로도 사법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해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산업부 산하 기관장 줄사퇴의 배후"라며 4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등 10명을 고발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최근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국가정보원은 7월6일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국정원이 전직 수장들을 고발하자, 당사자와 야권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통일부도 보조를 맞췄다. 이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한 것으로, 국정원의 전신이자 과거 군사독재를 앞장서서 호위했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부활이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다시 현실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정조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이상현)와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지난 8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관계자인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었기 때문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이를 허위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국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먼저 요구하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검찰은 국토부의 협조 요청일 뿐 이 대표가 주장하는 강제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같은 날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핵심 인물이자 김씨의 수행비서였던 배모(전 경기도청 5급 사무관)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 기소 여부 또한 조만간 결론을 낼 방침이다. 
 
진성준(가운데)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윤 대통령 고발과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윤 대통령 재산신고 목록에서 빠진 보석을 착용한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앞서 5일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김 여사의 혐의를 부인하는 허위 발언을 했다며 같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이틀 만이었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형사소추가 제한되지만, 민주당은 "퇴임 후 조사를 위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7일 소속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김건희 특검법'도 발의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학력·경력 위조, 뇌물성 협찬 의혹 관련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검법이 통과하려면 법제사법위원회 문턱부터 넘어야 하는데 현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인 점을 생각할 때 쉽지 않다.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방법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본회의 통과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공관 인테리어 특혜 의혹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의 나토 순방 동행 의혹 등에 대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1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치의 실종이자, 정치의 사법화다. 여야 모두 정치를 전쟁, 승부, 대결로만 생각해 상대를 죽이고 점령해야 해결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타협은 없어지고 극단적인 대결주의만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야 간 법적 다툼이 계속되면서 국민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생 현안과 여러 공약들은 올스톱됐다"고 지적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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