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장윤서

이재명, 첫 시험대는 '사무총장'…탕평이냐 친정이냐 '기로'

총선 공천 주도 사무총장에 이목 집중…지명직 최고위원은 탕평 기조로

2022-08-29 17:26

조회수 : 3,25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신임 당대표의 첫 시험대는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인선이 될 전망이다. 역대 최고 득표율인 77.77%를 얻어 당대표에 당선됐고, 선출직 최고위원마저 5명 중 4명을 친명계가 독식했다. 3김 시대 이후 가장 막강한 지도부가 들어섰다는 평가 속에, 시선은 지명직 최고위원 2명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 인선에 쏠리고 있다. 이 대표가 친문 등 비명계와의 화합을 위해 대탕평책에 나설지,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지 기로인 가운데, 이를 병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지만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 인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을 택하면서 당의 통합에 힘을 쏟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구심점을 잃은 친문계의 몰락과 분화가 확인됐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여전한 그의 지지층을 감싸안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당내 관심은 온통 사무총장 인선으로 쏠렸다.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쥐기 때문이다. 공천과 관련해 사무총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원내외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당무감사권이 대표적이다. 사무총장은 이를 통해 당협위원장이 지역 기반을 얼마나 잘 다지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당무감사 결과가 공천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후보자들은 사무총장이 찍는 점 하나도 신경쓴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게다가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도 깊이 관여한다. 공관위는 공천을 신청한 후보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여론조사, 면접 등의 결과를 모아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전날 전당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사무총장 후보군인 조정식·안규백·윤관석 의원은 모두 친명계로 분류돼 탕평과는 거리가 멀다. 조 의원은 이해찬계로,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일찌감치 이 대표 캠프에 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하며 그를 도왔다. 이를 통해 이해찬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상임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나 쇄신을 강조한 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자진 사퇴하며 ‘이재명 선대위’ 길을 열었다. 이 대표 지원을 기대하며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 출마했으나 김동연 지사에게 밀려 이 대표로서는 빚을 하나 더 지게 됐다. 다만 5선이 사무총장을 맡은 전례가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4선의 안 의원은 정세균계로 통했으나 최근 들어 친명계로 급부상했다. 특히 안 의원은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아 집단지도체제 대신 당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단일지도체제로 방향을 정하는가 하면, 경선 룰 과정에서도 이 대표 측 입장을 우선 반영했다. 또 당대표를 비롯한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규정하는 당헌 80조를 기존 '기소시'에서 '금고형 이상의 하급심(1심) 유죄 판결'로 변경해 '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자초했다. 이외에도 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변경하는 당헌 신설을 주도해 비명계로부터 거친 비판을 받았다. 전대위를 통과한 두 원안은 결국 모두 무산됐다. 
 
3선의 윤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직을 사퇴,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을 위해 함께 행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 대표가 당 안팎으로부터 인천 계양을 출마로 비판받을 당시에도 “인천계양을 직접 출마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대표적 친명계 인물이다. 이외에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 등도 사무총장 유력후보로 거론됐으나 다른 인사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특히 비명계 중심으로 이 대표가 ‘탕평 인사’로 균형추를 맞춰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특히 사무총장이 친명계 의원으로 채워질 경우 차기 총선 공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팀은 중요하지만 원보이스는 안 된다는, 말이 막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문재인정부 시절 우리는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지도부도 이기는 민주당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토론하고 또 토론하여 당심을 넘어 민심의 바다에 들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원팀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명직 최고위원을 두고서는 탕평 인사로 접점이 어느 정도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선출직 최고위원 구성을 친명계가 휩쓴 터라 지명직 두 자리를 양보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때문에 지역 및 청년, 그리고 여성 안배 차원의 인선이 유력하다. 이는 곧 다양성 존중과 당의 화합이라는 명분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차원에서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점치기도 했다. 험지인 포항에서 허대만 전 경북도당위원장이 별세한 상황도 임 위원장의 지도부 입성 배경으로 설명됐다. 임 위원장은 지역 및 여성 안배에도 조건이 들어맞는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저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최고위에서 관련 개혁을 책임지고 이행하라고 한다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최고위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 장윤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