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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강훈식, 당대표 후보 사퇴…'이재명 대 박용진' 양자대결 재편(종합)

"가슴 뛰는 민주당 당대표 꿈꿨지만, 국민적 인지도 등 현실 직시"

2022-08-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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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사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생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15일 차기 당대표 경선 중도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확고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어재명) 구도 속에서 존재감은 미미했고, 텃밭으로 여겼던 충청권에서마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당대표를 향한 도전을 멈춘다. 이번 전대는 제게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다시 가슴 뛰는 민주당을 만드는 당대표가 되고 싶었다. 이제 그 과제를 두 후보께 맡기고, 저는 다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당대표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우리 민주당을 더 넓고 더 강한 정당으로, 더 젊고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발걸음은 더 바삐, 더 치열하게 해 나가야 한다"며 "남은 두 분 중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그런 가슴 뛰는 민주당을 함께 만들 수 있게,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
 
건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강 의원은 손학규계로 정치에 입문해 원내대변인과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한 당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무조정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이재명 후보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 손학규 전 대표 참모로 민주당에서 입지를 넓혔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서는 지난달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며 이재명·박용진 후보와 본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선전은 거기까지였다. 본선 무대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1주차 지역순회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4.98%에 머물렀고, 이번 2주차에서도 6.83%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이 후보(73.28%), 박 후보(19.90%)와의 격차가 상당했다.
 
특히 지역구 아산을이 속한 충청권 민심마저 잡지 못하며 남은 반등 기회를 흘려보냈다. 충남에서 17.29%로 박용진 후보(15.94%)를 제치고 이재명 후보(66.77%)에 이은 2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 충북(4.57%), 세종(5.42%), 대전(6.09%)에서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강 의원은 단일화마저 거부하며 승부수를 걸었던 이번 충청권 경선 결과에 실망, 거취 표명을 고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이번 전대에서도 "유일한 비수도권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당심과 민심에 지지를 호소해왔다. 
 
그는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로 인해 제가 예비경선을 통과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거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을 멈춘 것이다. 국민과 당원에게 제가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라는 점을 설득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끝내 파란과 이변을 만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2일 강원 춘천시 G1방송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강훈식(왼쪽), 박용진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떤 한계에 부딪혔는지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면 제가 국민적 인지도가 매우 낮다. 예비경선에서 저에게 표를 준 중앙위원들은 '파란을 일으켜서 당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고 새로운 이변을 만들어서 국민을 설레게 하는 정당을 만들어보라'고 명령했다"며 "2주 정도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그 안에 파란과 변화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이 사퇴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박용진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졌다. 앞서 강 의원은 같은 97그룹 주자인 박 후보로부터 계속해서 단일화 러브콜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단일화보다는 비전을 말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재명 때리기에 주력했던 박 후보와 다른 노선을 걸으며 반명(반이재명) 단일화에도 반대했다. 박 후보가 지난 11일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방식이든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뜻이 있다"며 마지막 구애를 보냈지만, 강 의원은 "득표율 20% 후보와 5% 후보가 25%를 만든다고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고 이를 거절했다.
 
강 의원은 이날 박 후보와의 단일화 물밑작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된 것은 없었다"며 사퇴가 독자 결정임을 강조했다. 반명 단일화 관련해서 "저는 반명 단일화만으로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수차례 말했다"며 "오늘부로 저를 지지해 준 당원 지지자들의 선택은 그분들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지도 낮은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은 활주로의 방지턱 같은 것으로 정치공학적 단일화만 눈에 보인 것이 뼈아팠다"며 "오히려 제가 말씀드린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해 (박 후보와)서로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후보는 강 의원 사퇴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제 경선은 일대일 구도로 전환됐다"며 "'쓸모있는 정치', 민주당의 '기본과 상식'을 위해 뛰고, 미래세대인 97세대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선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강 의원의 입장 표명으로 실질적인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데다, 이미 반환점을 돈 전당대회 흐름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격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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