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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지원단 "민관협의회 불참"

"대법에 의견서 전달 매우 유감…신뢰 깨졌다"

2022-08-03 16:06

조회수 : 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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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배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부가 구성한 '민관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후지코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입장문을 내고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과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외교부와 피해자 측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며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이후 민관협의회 불참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현재 2회까지 진행된 민관협의회에서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이 전달할 의견은 대부분 전달했고, 앞으로 실효적인 의견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민관협의회가 의결(결정)기구가 아닌 의견 수렴 기구라는 점은 외교부 측이 수차례 밝혀온 만큼 피해자 측 의견 전달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외교부가 대법원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매각 명령 결정 재항고 사건 두 건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 노역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민사2부와 3부에 각각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 측은 "재판거래 또는 사법농단이라는 범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민사소송규칙을 그 범죄의 공범이었던 외교부가 과거에 대한 아무런 반성 없이 다시 활용해서 강제동원 집행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모습은 재판 거래의 피해자들인 강제동원 소송 원고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모습"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민관협의회라는 공개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외교부는 피해자 측에 어떠한 논의나 통지도 없이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절차적으로 피해자 측의 신뢰관계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의견서는 정부가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과 외교협의를 하고 있으며,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원고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미 제출된 의견서를 피해자 측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외교부가 강제동원 집행 절차를 지연 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확인된 외교부 의견서 내용으로 볼 때 피해자 측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대법원에게 '판단을 유보하라'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한다"며 "외교부 의견서 제출 행위는 실질적으로도 피해자 측의 권리 행사를 제약 하는 중대한 행위이며 헌법이 보장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관협의회는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4일 출범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 기업이 조성한 기금으로 '대위변제'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민관협의회는 '명분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사죄'와 '직접 배상 원칙'을 내세우며 대위변제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앞서 2018년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이어졌고 일본 기업도 4년 째 배상을 미루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교부는 "일본기업 자산이 현금화 되면 일본이 보복을 할 것이라 본다"며 정부는 현금화 문제가 현실화 되기 전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한 정부안을 만들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 측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는 2016년에도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의견서를 낸 적이 있다. 그 사이 '사법농단'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서 당시 대법원이 정부의 정책 협조를 얻어내기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선고 시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외교부는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한일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에도 한 차례 의견서를 제출한 적 있다"며 "원래 대법원에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규정이 없었는데 사법농단 이후 규칙이 생겼고, 이로 인해 정부가 피해 당사자도 아니면서 의견서를 낸다면 이는 민간협의회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피해자 측은 정부 안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동의 여부 절차에는 협조할 예정이다. 민간협의회 자체는 안을 만드는 기능이 없지만 정부가 안을 만들 경우에는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 2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외교부가 피해자 논의 없기 대법원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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