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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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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흥행참패 CJ CGV 전환사채, 미련 남는 이유는

회복시 주식 전환 차익 기대감 커…매각설 일축·홍콩 상장 재시도

2022-07-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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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J CGV가 공모한 전환사채(CB)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그 영향으로 채권가격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CJ CGV의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 투자자들에겐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장내 채권시장에 상장한 씨제이 씨지브이35CB는 상장첫날 액면가 1만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밀려나기 시작해 9900원에 마감했다. 그 이후로도 변변한 반등 한번 시도하지 못하고 하락해 27일엔 9600원을 깨뜨리며 주저앉았다. 29일 9898원으로 하루에 298원이나 뛰어오르긴 했지만 증권사 보유 물량을 감안하면 언제 또 하락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주식 전환이 가능한 CB가 액면가 미만으로 거래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이 채권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J CGV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탓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부채비율이 급등했고 자본잠식 위험도 커졌다. 이에 경영진은 수차례 채권 발행을 결정해 급한 불을 껐다. 이 과정에서 회계상 자본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했다.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CJ CGV가 발행한 장내 채권만 4종에 이른다. 이중 3종이 신종자본증권이며, 지난해 6월과 올해 7월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주식 전환이 가능한 CB였다. 
 
일반적으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는 시장에서 일반 회사채보다 인기가 높지만 CJ CGV의 CB는 그러지 못했다. 재무구조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최근 코로나 환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정상 영업이 늦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행된 씨제이 씨지브이35CB는 주주 청약률 3.64%, 일반공모 청약률 4.14%에 그쳤다. 나머지 92.22%, 3688억원어치의 채권은 인수단인 미래에셋증권 등이 전부 떠안았다. 증권사들이 투자를 원하지 않았던 채권이기에 이 물량은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상황이다. 
 
CJ CGV CB의 전환가액 조항도 채권 약세의 빌미가 됐다. 일반적으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비율을 정한 전환가액은 이에 연계된 주식가격이 하락할 경우 함께 하향 조정되는 리픽싱(refixing) 조항이 붙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리픽싱 규정을 강화한 후에 발행된 CJ CGV의 35CB엔 리픽싱 조항이 빠져 있다. CJ CGV의 주가가 얼마나 추락하든 35CB의 전환가액은 처음과 변함없이 2만2000원이다. 
 
심지어 회사가 추가로 유상증자를 해도 유증가격이 전환가액보다 낮지 않으면 전환가액은 변하지 않는다. 오직 전환가액보다 낮게 유증하거나 주식배당 등의 경우에 한해 리픽싱이 이뤄진다.
 
씨제이 씨지브이35CB 발행 당시 CJ CGV의 대주주인 CJ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27일에 이 물량인 681만8182주가 추가로 상장됐다. 하지만 유증가격이 전환가액과 동일한 2만2000원이어서 리픽싱은 없다. 35CB 보유자는 꼼짝없이 주가 희석분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변이 발생으로 정상 영업에 차질이 생기자 일부에서 나온 영화관 사업 매각설도 채권 투자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CJ CGV는 중국에서 146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로 10개 상영관이 문을 닫았으나 스크린당 흥행성적은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CJ CGV 관계자는 최근 “이 소문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일축하고 “코로나19 리스크가 줄어들 경우 홍콩증시 상장을 다시 준비할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이처럼 회사가 처한 상황과 채권 발행조건, 주가 희석 등이 종합적으로 악재로 작용해 CJ CGV의 채권이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엔 관객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CJ CGV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다. 최근 매각설까지 나돌면서 전환채권 발행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6월 용산 CGV에서 관람객들이 영화티켓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채권이자보다 큰 주가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CB의 특징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투자자들도 많다. 무엇보다 현재 CJ CGV 주가가 씨제이 씨지브이35CB의 전환가액과 크게 벌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씨제이 씨지브이35CB의 표면금리는 0.5%로 낮지만 채권 수익률이 연 3.0%로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시쳇말로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채권 원리금을 회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채권가격마저 하락했으니 그만큼 기대이익도 커졌다. 영업 정상화로 주가가 오른다면 채권이자보다 훨씬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이라서 만기가 30년이나 되지만 실제로는 5년 만기로 여겨도 무방해 보인다. 채권 발행 5년 후부터는 스텝업 조항에 따라 1년마다 이자율이 2.5%포인트씩 가산(step-up)된다. CJ CGV 입장에서는 채권을 되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5년이 경과하지 않아도 CJ CGV의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30% 이상 가격대에서 유지되는 경우에도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다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CJ가 영화관 사업을 매각할 경우 채권 상환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27일 유증 주식 상장으로 CJ CGV의 총 발행 주식수는 4700만주를 넘어섰다. 만약 CJ CGV의 주가가 상승해 씨제이 씨지브이35CB의 전환가액을 넘어서고, 뒤이어 씨제이 씨지브이32CB의 전환가액(2만6600원)까지 돌파해 채권자들이 대거 주식 전환에 나설 경우 CJ CGV의 주식 수는 최대 7422만주까지 증가할 수 있다. 그만큼 주가는 희석되겠지만 채권자들은 그런 상황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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