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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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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총질' 불신임에도 이준석은 웃는다

윤 대통령 '이불신임'에도 이준석 여유…"양두구육" 응수로 사실상 전면전

2022-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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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내부총질' 문자 후폭풍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서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당했지만, '토사구팽' 이미지를 통해 기존 우군이었던 2030의 지지를 확보하는 등 여론전을 펼 길을 찾게 됐다. 성상납 의혹으로 옥죄어오던 경찰 수사도 '하명수사', '기획수사' 의심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소의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다만, 자신을 향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 시선이 확인되면서 당에 돌아오더라도 '식물대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이미 당은 '윤심'대로 흐르고 있다. 
 
문자 유출 사흘이 지난 29일까지도 정국에서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휴대전화가 국회 사진기자단에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사진엔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겼는데, 윤 대통령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고 하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엄지 척' 이모티콘으로 화답까지 했다. 문자가 유출된 직후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고, 이튿날에는 90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용서를 구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까지 "격려와 덕담 차원"이라고 해명했으나 대통령이 집권여당 대표를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한 사상 초유의 사건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경상북도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국 현안에 말을 아끼던 이 대표도 반격에 나섰다. 울릉도에 머물던 그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라고 '윤핵관' 행태를 적은 뒤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윤 대통령을 '양두구육'에 빗대 들이받았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 부연했다. 앞서 말한 '그 섬'은 여의도를, '이 섬'은 자신이 머무르던 울릉도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이번 메시지의 방점은 '양두구육'에 찍혔다. 사실상 전면전인 셈이다.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을 만나는 등 여론전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28일 울릉도를 떠나면서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이철규 의원이 자신을 두고 "양두구육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을 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웃는다)할 일"이라고 하자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며 "그간 고생했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한 것 같다.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라고 무시했다.
 
성상납 의혹과 그에 따른 증거인멸 교사 혐의 끝에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 직무가 정지된, 게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당한 집권여당 대표라고 하기에는 이 대표의 표정이 여유만만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당 지지율 하락에도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며 부족한 민생해결 능력을 노출하는 등 지금 국민의힘이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이 대표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복귀를 도와주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내부 총질 당대표"로 지칭되면서 윤리위 징계 역시 이 대표를 축출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합리적 의심이 굳어진 터라 이 대표로서는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 됐다. 여론도 동정론으로 바뀌는 등 탄압 받는 토사구팽의 이미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하태경 의원이 "정치적으로 볼 때 이준석 대표가 불리하지 않다"고 말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하 의원은 이와 함께 "경찰 수사나 기소 문제도 당연히 기소될 것이다 생각들 해 왔는데, 경찰도 근거가 충분치 않은 무리한 기소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자 공개가 오히려 경찰 수사의 족쇄를 풀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경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경우 '하명수사', '기획수사'라는 정치적 의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반전은 여론조사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29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4.3%를 확보해 안철수 의원(15.7%), 나경원 전 원내대표(13.7%) 등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특히 당원권 정지 이후 호남을 중심으로 2030 소통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2030에서 지지를 회복한 것을 비롯해 서진정책으로 공을 들여온 호남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보수 심장부인 대구·경북(TK)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 간담을 서늘케 했다. 앞서 실시된 3차례의 다른 조사들(14일 KBC광주방송·UPI뉴스·넥스트위크리서치, 20일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28일 KBC광주방송·UPI뉴스·넥스트위크리서치 등)에서도 이 대표는 모두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에 올랐다. 게다가 지지율 역시 상승세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 대표가 당으로 돌아올 경우 '식물대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속내가 확인되면서 의원들이 이 대표와 일정부분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친윤에게 시그널로 작용, 이 대표를 고립무원으로 몰 것으로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 징계건을 놓고 '윤심이 어디에 있냐'를 살피면서 서로 조심하는 게 있었는데, 이번 문자로 당내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면서 "2030 소통과 당원모집 등 외부에서 힘을 모아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이 대표의 전략이 원천봉쇄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같은 조사를 보면, 이 대표는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에 올랐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의 지지율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25.0%)와 안철수 의원(21.5%)에 뒤진 19.2%로 나타났다. 당대표 재임 중 좌충우돌하며 갈등을 양산한 데다 이번 문자로 '윤심'마저 돌아섰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당 내홍을 수습할 방안으로 '6개월 뒤 이준석 복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고 "차라리 정상적인 대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조기 전당대회론을 주장한 건 주목할 만하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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