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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개량백신 도입 서두를 필요있을까

효과 있지만 활용폭 제한적일 수도

2022-07-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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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와 18세 이상 성인 기저질환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시내 내과 의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2019년 중국 우한의 전통시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염병에 걸린 이들이 나온 이후 햇수로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 감염병은 신종 코로나로 불렸다가 이제는 코로나19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내내 인간은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으면서 동시에 예방법도 만들어냈다.
 
백신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간이 취한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먼저 제품을 내놓기 위해 분주했고 국가들은 백신을 더 많이, 더 빨리 가져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도입 초기 물량 수급에서 문제가 있어 지체된 적도 있지만 공급이 안정세를 찾자 접종 속도는 빠르게 올라갔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국민들이 동참한 덕분에 우리나라에선 성인 대부분이 기본접종을 마쳤다. 부스터샷이라고도 하는 3차 접종을 마친 18세 이상 성인도 10명 중 7명이 넘는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지만 백신의 진짜 역할에 대한 이해는 떨어지는 모양이다. 백신 접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효과는 감염 예방이지만, 모든 약이 100% 효과를 내면서 100% 안전할 수 없듯이 코로나19 백신도 코로나19를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한다. 백신을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중증 악화나 사망을 막는 효과다. 물론 최근에야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이 같은 접종 필요성도 약해졌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또 다른 백신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개량백신이다.
 
가장 먼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다. 우리가 지금껏 맞았던 백신이 초창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개발된 반면 이 백신에는 오리지널 바이러스인 우한주와 오미크론이 함께 탑재됐다. 이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쓴 임상시험에선 대부분의 오미크론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개량백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 아마도 9월쯤에는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백신을 누가 맞느냐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백신을 맞을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다.
 
18세 이상 성인 중 96.5%가 기본접종을, 74.8%가 3차 접종을 마친 것과 달리 4차 접종률은 11.9%에 머무른다. 4차 접종 대상은 5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종사자가 포함된다. 결국 개량백신이 들어오더라도 4차 접종자를 제외하면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3.5%의 기본접종 미완료자와 25.5%만 맞을 수 있다.
 
활용폭이 제한적이라고 개량백신이 아예 필요없지는 않다. 코로나19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형태로든 백신을 접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시간에 쫓기듯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한다.
 
백신 접종에서 후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우리보다 먼저 접종에 나선 국가를 참고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에 우리가 미국, 이스라엘 데이터를 눈여겨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약품 긴급사용승인을 내려면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의약품 안전관리가 시행되는 나라의 허가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특별법 역시 후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이점을 노린 전략이다.
 
치료제든 백신이든 옵션이 확대된다면 반길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 옵션을 확대하는 과정의 질적 차이다. 유비무환이 밑바탕에 깔린 개량백신 도입이라면 반기겠지만 번갯불에 콩 볶아 먹겠다는 심산이라면 환영하기 어렵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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