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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뉴스북)’헤어질 결심’이 부진했던 이유

2022-07-19 02:03

조회수 :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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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배급사)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봤습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인데, 간만에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를 봤습니다.
 
저는 ‘헤어질결심’이 스릴러를 표방한 사랑 영화라고 봅니다. 심장이 쫄깃해진 지점이 있어 ‘스릴러’라고 했지만, 사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사랑 영화’라고 표현했어요.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요, 1부에서 말하는 것과 2부에서 말하는 것은 주인공인 탕웨이가 객체에서 주체가 된다고도 설명했네요.
 
이 영화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어요. 계산된 미장센과 구도를 통해 예측해볼 수 있는 인물 성격과 줄거리 전개도 보는 재미를 더하죠. 영상미 또한 훌륭했답니다. 요즘 ‘수묵화’에 좀 관심이 가는데, ‘헤어질 결심’ 2부 영상이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었어요. 한국적인 미학을 잘 살린 거죠. 수묵화는 여백이 그림의 일부가 됩니다. 영화도 빈 공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스포 방지를 위해 구도와 미장센이 보여주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적을 수가 없습니다만,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라서 보고 난 뒤에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기 좋겠어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이유로 초반 ‘헤어질결심’은 부진한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있어요. 사람들이 점점 생각하기를 원치 않아 외면한다는 거였죠. 지금은 n회차 관람객까지 등장할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텁지만, 개봉 초반에는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죠.
 
아무래도 사는 게 빡빡해지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하고 싶지 않아’ 상태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가상승도 생각을 단절시키는 원인 중 하나겠죠. 인플레이션, 런치플레이션, 자이언트스텝…. 허리띠 졸라매야 할 소식만 들리니까요. 생존 앞에 문화생활을 운운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영화 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저는 영화관 VIP인 고로 할인을 좀 받았지만, 보통 주말 낮 시간 표 한 장은 1만 5천 원가량입니다. 영화는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 그나마 저렴한 축에 속해 ‘대중문화’ 카테고리로 분류되곤 했지만, 이제 점점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길 대중들이 얄팍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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