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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슬로우 라이프의 가치

2022-06-13 18:30

조회수 : 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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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 빠른 배달, 빠른 응답 등 빨리빨리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속도 경제학이 중요한 산업의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물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퀵커머스 열풍이 대표적인 일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부터 편의점까지 1일 배송을 넘어 1시간, 30분내 초분 단위를 다투는 배송 전쟁이 하나의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그러나 경쟁력만큼이나 어두운 단면도 많습니다. 빠른 배달을 위해 신호위반을 불사하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배달기사들을 비롯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뉴스까지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안타까운 뉴스도 많습니다.
 
 
퀵커머스 등 빠른 배달 문화가 코로나19 여파로 편의성을 높여준 건 분명하지만 그만큼 품질과 만족도까지 함께 비례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직접 양질의 물건을 찾아서 고르는 수고로운 과정이 생략되서일까 먹고, 입고, 즐기는 일의 행위가 쉽게 휘발돼 버리는 것은 아닌가 의문도 생깁니다. 
 
최근에는 빨리빨리와 반대되는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꽤 늘고 있습니다. 빠른 업무처리, 빠른 배송 등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은 오히려 느린 삶을 구현해내며 저마다의 힐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세끼니를 해결한다는 취지의 삼시세끼라는 예능이 시청자들에게 왜 주목받았는가를 돌이켜보면 먹는 행위가 이뤄지는 과정과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끼를 만드는데 고생스러운 여러 노동이 수반되고 추억이 남고, 함께 나눠먹는 기쁨이 수반된다는 것을 단순한 예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슬로우 라이프 등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책들이 다수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도 쉽게 따라하는 건강 음식 레시피들이 속속 올라오며, 직접 만들어먹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슬로우시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 기업들은 슬로우시티를 내걸며 다양한 '힐링' 마케팅을 펼치기도 합니다. 슬로우시티는 바쁜 도시생활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공해 없는 자연 환경 속에서 지역의 먹을거리와 고유의 문화를 느끼며 인간다운 삶을 되찾자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운동을 일컫습니다.
 
도심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자꾸 잊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기차가 빨리 달리면 제대로 풍경을 볼수 없듯이,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집 안에 작은 화단을 꾸며보거나, 요리를 직접 해서 지인과 나누는 등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많아진다면 좀더 추억이 많이 쌓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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