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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민주당, 한덕수 인준에 깊어지는 고심…"발목잡기 VS 지지층 이탈"

결국 윤석열 대통령 결단해야…"협치냐 2년간 싸움이냐"

2022-05-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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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정부의 1기 내각 구성을 놓고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 인준이 필요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본회의 표결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고심이 한층 깊어졌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찬성할 경우 당원의 반발을 사면서 6·1 지방선거에서 지지층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할 경우 새정부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돼 6·1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이 자진사퇴를 결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통한 물꼬 트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정 운영을 위한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강행 일변도를 버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국회는 12일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지막으로 윤석열정부의 1기 내각 검증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국회의 재적 과반출석, 과반찬성으로 임명돼 167석의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인준이 어렵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내세우며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한덕수 후보자는 공직 퇴임 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S-OIL 사외이사로 일했다. 특히 김앤장에서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간 고문으로 있으면서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덕수 후보자는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면서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태와 관련해 사적 관여 의혹 등 도덕성 의혹을 빚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마친 직후만 하더라도 한덕수 후보자의 도덕성 등의 문제를 이유로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한덕수 후보자는 국민에게 이미 퇴장 판정을 받았다”며 “국회 인준까지 갈 것도 없다.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한 주 뒤인 12일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쪽에서는 가결, 즉 찬성을 전제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저희는 그 문제는 의원총회를 열어 우리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속히 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단호한 불가 방침에서 다소 변화가 감지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이처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6·1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덕수 후보자에게 도덕성 등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인준을 찬성하게 되면 6·1 지방선거에서 지지층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를 하자니 새 정부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어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심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고심이 길어질 것이라 게 중론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갑갑할 것”이라며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자니 여론이 좋지 않고, 새 정부 출범에 발목잡기 비판을 의식해 인준에 찬성하자니 지지층 눈치가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 찬성 여론이 높은 것도 부담이다. 지난 10일 KBS·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지난 6~7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50.2%로 과반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여론을 등에 업고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여전히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에 대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오늘 추경 편성을 위한 윤석열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있지만 국무총리 없이 회의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 국회에 임명 동의안이 제출된 이후 임명되기까지 정부 출범 후 21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한덕수 후보자는 이틀 전인 지난 10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추천한 후보자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먼저 돌아보고 국민께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이지, 왜 찬성을 해주지 않냐고 발목잡기로만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항변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면서 협치의 물꼬를 터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박 원내대표는 “총리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때문에 저희도 종합적인 판단을 구하고 있지만, 장관 후보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강행하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향후 이 분들이 정당성 없이 장관 업무를 시작했을 때 여러 문제들이 대두할 것”이라며 “실제로 이분들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국회에서는 해임 건의안이나 이런 조치들이 있지만, 이것 또한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 대표도 “결국 대통령이 먼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이들 장관 후보자 임명을 모두 강행한다면 한덕수 후보자 인준 역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서 민주당이 이 정부와 2년 내내 싸우고자 마음 먹는다면, 국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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