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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주

필리버스터, 역대 사례 보니 성공은 DJ 유일

회기 쪼개기 진행 등으로 본래 의미 약화

2022-04-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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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첫 주자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불리는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에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맞불 작전을 세웠다. 이로써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은 30일 본회의 때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국민의힘은 최후의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사용했지만 사실상 이번 필리버스터도 무력화됐다. 소수당의 목소리를 듣고 건전한 토론을 한다는 필리버스터의 명분이 무색하게 역대 필리버스터가 발동한 이래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번뿐이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다수파가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합법적 행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방식을 활용해 사실상 투표에 못 부치게 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가 처음 실시된 건 1964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박정희 정권 당시 공화당이 요청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해 5시간19분에 걸쳐 발언했다. 그 결과 결국 구속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초로 도입된 필리버스터가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성공한 필리버스터 사례로 남았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안'을 저지하기 위해 10시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개헌을 막지 못했다. 이후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부활했다. 필리버스터가 부활한 이후에는 2016년 '테러방지법'을 두고 192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당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12시간31분동안 발언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19년에는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운영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고 2020년에는 공수처법 개정안·국정원법 개정안·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하지만 모두 입법을 막진 못했다.
 
지난 27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수사권 축소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네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본래 필리버스터는 시간제한이 없는 토론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듣고 소수당이 다수당을 견제할 수 있는 도구지만 이른바 '살라미 전술'이라고 불리는 전략들로 의미가 약해졌다.살라미 전술은 하나의 과제를 여러단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가는 협상 전술을 말한다. 필리버스터의 효과는 해당 회기에 국한되므로 사실상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때 표결에 부쳐진다.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수 있는 요건은 또 있다. 현행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필리버스터 동의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의 5분의3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4석으로 6석만 확보하면 사실상 표결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은 이번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도 정의당과 손을 잡고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시킨다는 계획도 있었으나 정의당이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27일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자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 설득 끝에 회기를 단기로 쪼개는 '회기 쪼개기' 법안을 통과시키는 살라미 전술을 택해 필리버스터를 자정을 기해 종료시켰다. 회기가 끝나면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결국 이번 민주당의 검찰개혁안도 오는 30일 하루짜리 임시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통과될 예정이다. 필리버스터가 무력화되자 윤석열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국민투표'라는 새로운 카드까지 등장시켰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국민투표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등 여론전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에서 결국 마지막 과정은 표결"이라며 "소수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의견을 최종까지 반영하는 제도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는) 민주적으로 소수 의견을 반영하고 보호하기 위해 매우 좋은 제도이나 지나치게 난발할 경우 의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고 정쟁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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