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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정부, '반도체 성과주의' 매몰되지 말아야

"선택과 집중은 기업이 해야"

2022-04-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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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9일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행사의 한 부스. (사진=신태현 기자)

한국의 콤플렉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노벨상이 있을 겁니다. 수상 시즌을 맞아 헛방으로 그칠 때마다 국내 기초과학 현황이 도마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기초과학에 실적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풍토를 자성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똑같은 말을 반도체를 취재하면서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전자 산업 전문가 A씨는 "선택과 집중은 기업이 해야죠. 정부가 하면 안돼요"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즉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이 그때 그때 유행을 따라간다고 토로한 것이었습니다.

A씨가 떠올린 기억은 10여년 전 과거였습니다. 2008년 이후 수년 지속된 정부의 반도체 육성 사업에는 교수들이 참여를 많이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팽' 당했다는 겁니다.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요.

그래서 반도체 관련 교수 상당수는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등 다른 분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전체 반도체 관련 교수가 100명이라고 하면 20명 정도. 그리고 각 교수마다 대학원생 5명이 딸려있다고 했을 때 인력 손실은 더 엄청나다고 하죠.

한번 떠난 교수가 돌아오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공부도 다시해야 하고, 기업과 연계도 다시해야 하니까요.

A씨는 이 점이 대단히 안타까웠나 봅니다. 어찌나 한이 맺혔으면 50분 가까이 통화하고서 다시 전화를 하더라고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2008년 정부의 목표가 세계에서 잘나가는 반도체 기업을 만들자는 것이었지만, 5년 투자해서 그걸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지원책은 정책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반도체가 국가의 자긍심이 된지가 오래고, 위기감이 엄습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없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은 그래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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