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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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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차기태의 경제편편)숙명 같은 코리아디스카운트

2022-04-20 06:00

조회수 : 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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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오래된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이다. 한국 경제 규모와 기업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주가나 금리 등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낳는 요인은 크게 보아 2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감이다. 남북한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깊고 언제든 심각한 대결로 치달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훗날 남북통일 후에도 재정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남북한 대립으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인은 마치 ‘상수’나 다름없다. 1초에 30만km를 날아간다는 빛의 속도나 원의 둘레를 구할 때 쓰이는 파이처럼 말이다.
 
물론 완전한 상수는 아니다. 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협력이 진행되면 그런 상수는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는 ‘상수 아닌 상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수를 제거하거나 줄이려면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초 북한의 핵실험, 남북한과 미국의 대화재개 등으로 상수가 약해질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노이회담 결렬 후 정세 악화와 북한의 잇따른 대량살상무기 실험으로 말미암아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간 듯하다.
 
또 한 가지 큰 요인은 한국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상장사들이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행태에서 비롯된다. 상장사들의 낮은 배당과 저조한 주주환원율, 재벌기업의 불투명경영, 총수와 그 일가들의 황제경영 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투명경영으로 말미암아 많은 재벌기업의 자산이 무수익자산에 묶여 있고, 재벌총수들의 기업자산 편법갈취 등이 횡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벌기업의 시장경제 역행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세워졌다. 그럴 때마다 재벌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을 동원해왔다. 지주회사를 제도화하니까 묵혀 있던 자사주를 활용해 총수의 지배력을 지켰다. 순환출자가 금지되니까 잘되는 사업을 물적분할해서 따로 상장하는 방법으로 기존 지배구조를 재생산한다.
 
지난달 일부 경제 전문가와 인플루언서들 중심으로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세이브코스피' 주주운동이 지난달 출범했다. 한국 증시의 만성적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주주가치를 높여보자는 모임이다.
 
이 모임은 지난달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8가지 법 제도를 도입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물적분할과 동시상장 허용 금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 매각 금지 등이 제시됐다.
 
거의 다 오래전부터 한국 증시의 발전과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돼온 것들이다. 그렇지만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만성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유익한 정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중요한 요건이라 할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별로 뜻이 없어 보인다. 강경한 대책은 많지만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는 방책은 들리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군사력을 보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쉬운 일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예산 규모를 볼 때 큰 어려움은 없다. 반면 남북한 관계를 개선해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해 보려는 의욕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방안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한국도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아킬레우스의 복사뼈처럼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야 할 것 같아 다소 우울하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정책의 목적이 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국가 위상에 맞게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도 적극 강구돼야 한다. 이 역시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실마리를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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