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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입학준비금이 포퓰리즘이라고?

2022-04-18 14:47

조회수 :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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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처음으로 학교가는 날. 새로운 가방, 신발주머니를 장착했다.
꼬마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입학하는 초등학교에서 입학준비금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고, 2월22일에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18일 제로페이 앱을 통해 2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입학준비금이 3월 전에 나온다면, 꼬마의 학교 준비물 구입에 유용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3월 중순 이후에나 받게 되어 이름에 걸맞는 '입학준비'에 쓸 수는 없었습니다. 
 
꼬마가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품이 필요했습니다. 책가방, 실내화주머니, 운동화, 체육복, 실내화, 각종 학용품 등등 가짓수가 많고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남편의 회사에서 연필, 색연필, 크레파스, 줄넘기, 싸인펜, 가위, 풀, 칼, 노트, 물감, 붓, 물통, 등 '입학선물 꾸러미'를 받게 되어 자잘한 지출은 하지 않았지만 이를 모두 구입했다면 학용품만해도 10만원 가량 됐을 것 같습니다. 이런 준비물은 입학하고 3~4일 이내에 학교 사물함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입학준비금을 한동안 잊었습니다. 그 사이 무릎을 꿇은 채로 놀이를 하며 집을 쓸고 다니는 꼬마 둘의 내의 무릎팍엔 여지없이 구멍이 났습니다. 봄도 왔겠다, 어린이 의복이니 당연히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입학준비금을 쓸 수 있겠다 싶어, 집근처 중소기업백화점인 행복한백화점에 들렀습니다. "제로페이 되죠?"라고 물었는데 "입학지원금은 안돼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왜냐고 묻자 점원은 "우리도 왜 안되는지 몰라요"라고 했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제로페이 가맹점이라고 모두 서울시 입학지원금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제로페이를 통해 포인트를 지급받았지만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다는 얘깁니다. 
 
찾아보니 초등학교 입학지원금은 의류 및 도서를 취급하는 가맹점과 기타 대형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타가맹점으로는 롯데·현대백화점(아울렛 포함), 이랜드리테일(NC백화점), 에이비씨마트, 영풍문고, 알라딘 중고서점, LG전자 베스트샵 등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로페이 가맹점을 알려주는 '지맵' 앱을 이용해 입학지원금 사용처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보세 옷가게, 중고서점 등이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디지털 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평소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한 유아교육을 지양해왔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사교육시장에 발을 들이고 보니 초등학습에서 태블릿PC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역할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꼬마가 태블릿을 이용해 학원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꼬마가 다니는 대형 영어프랜차이즈 학원에서 과제를 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사용요금을 지불하는데, 이 앱을 통해서만 숙제를 할 수 있습니다. 단어를 들려주고 그에 맞는 단어를 찾게 하고, 문장에 알맞은 대답의 문장을 찾는 등 제가 어렸을때 영어를 배우던 시절과는 천지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테이프를 플레이하고, 되감으며 받아쓰기하고, 따라하는 등 소위 고전적 학습을 해왔던 저와는 달리 아이들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하며 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무슨 공부를 하려나 싶었지만, 기기를 끄고 단어나 표현에 대해 다시 물어보니 곧잘 대답합니다. 학습이 되나 봅니다. 웅진***, 교원*** 등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일부러 피하며 종이학습을 고집해왔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엄마의 아집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꼬마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꼬마의 영어숙제를 봐주면서 태블릿PC와 데스크탑이 절실해졌습니다. 그때그때 엄마아빠의 노트북을 빌려쓸 수 있겠지만, 거의 모든 학습이 이렇게 진행될 거라 생각하니 전용 전자기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남편이 자꾸 태블릿PC 성능과 컴퓨터 이야기를 꺼냈나봅니다. 남편이 꼬마의 영어숙제를 전담해왔기 때문입니다. 태블릿을 사야할지, 길게 봐서 데스크탑을 사야할지 남편과 정보를 수집하면서 고민하는 중입니다. 20만원이라는 입학지원금은 꼬마의 학습을 위한 기기를 갖추는데 큰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입학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곳의 리스트가 모두 납득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용처가 의류와 도서, 신발, 전자기기매장이라는 점은 학부모와 자녀생활을 세심하게 배려한 상당히 괜찮은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소비가 너무 많습니다. 한 계절에도 5센티씩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철에 맞는 내의와 옷이 필요하고, 유난히 걸음을 험하게 걷는 아이에게는 철마다 맞는 운동화를 사주어야 합니다. 또 사교육 하나라도 하게 된다면 그에 맞는 수업진도에 따라가기 위해 전자기기 하나쯤은 갖추어야할 겁니다.
 
혹자는 "그거 다 포퓰리즘이다"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자체나 정부에게 받은 지원금으로 소고기를 펑펑 먹고 과소비하는 사람에게는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돌아가는 복지제도는 다르게 봐주었으면 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결코 지원금으로 주머니를 채우지 않습니다. 특별하게 낭비하거나 애써 소모하려하지 않아도 자녀들을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데요(물론 당연히 감당해야겠지요). 자녀의 입학과 졸업 같은 비용 지출이 많은 특별한 시기에 평소 냈던 세금이 이같은 지원금이 되어 돌아온다면 세금 그 까짓 거,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로페이에 입금된 입학준비금 포인트.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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