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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검찰공화국의 서막

2022-04-19 06:00

조회수 :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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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청을 만들어서 (검찰의)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아주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9년 7월8일 국회 인사청문회. 질의자는 금태섭 민주당 의원, 답변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였다. 두 사람 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반대 진영에 서있다. 같은 해 10월15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검찰개혁 방향과 관련해 "수사권·기소권 분리가 더 간명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독점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 설립 찬성 입장을 밝혔고, 검찰에 대해서는 "지금 국민 요구는 이제 국민을 주인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7월8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과 3년도 안돼 이 같은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입장 변화에 따른 논리적 설명도 없었다. 지난해 3월4일 윤석열 총장이 검찰 수사권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에 반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총장 직을 던진 데 이어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을 심판하겠다며 야권 대선주자로 나설 때부터 이는 사실상 예견됐다. 철저한 검찰주의자인 그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선출된 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의 독립 예산권 편성 등을 공약하며 무소불위 검찰권력 시대를 예고했다. 
 
여야 간 피 말리는 접전에 눈치를 보던 검찰은 윤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숨겨뒀던 본색을 드러냈다. 정치권력에 기생하며 때로는 충실한 사냥개 노릇을 하던 검찰이 이제는 선출된 정치권력의 근간이 됐다. 그러자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오수 총장은 느닷없이 "직을 걸겠다"며 검수완박 저지 투사로 돌변했고, 검찰은 마치 각본이나 짠 듯 전국 고검장 긴급회의, 평검사 대표회의 등을 잇달아 소집하며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고스란히 적용된 '검란'이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4월 임시국회에서 검찰개혁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모처럼 전열을 재정비했다. 6월 지방선거 역풍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차기정부 출범 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법안은 휴지조각이 된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게다가 윤 당선인이 자신의 심복인 한동훈 검사장을 새정부 첫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자, '이대로 밀리면 끝'이라는 벼랑끝 심리마저 작동했다. 
 
그렇게 과거 검찰개혁에 동의하던 한 목소리가 진영에 따라 두 목소리로 갈라졌다. 기득권을 사수, 강화하기 위한 검찰의 집단 이기주의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검찰의 속성을 직시해야 이번 사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에만 얽매인 끝에 검찰 특수부에 그 누구도 벨 수 있는 무자비한 칼을 쥐어주는 오류를 범했다.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손에 잃어 누구보다 검찰을 잘 안다던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정치권력에 조아림으로써 생명력을 이어갔다. 뒤늦게 여권이 그 칼을 뺏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검찰이 내줄 리 만무했다. 반발은 예견됐고 당연했다. 여기에 시대가 달라졌다. 윤석열 시대이자, 한동훈 시대며, 서초동의 검찰 시대가 됐다. 
 
어찌보면 승부는 이미 결정 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의를 반려하고 면담에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당에게는 찬 물을 끼얹는 소식이지만,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처지를 고려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대선 패배 이후 계속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민주당 사정까지 감안하면 법안 처리조차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여론이다. 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검찰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검찰은 엄연히 통제받아야 할 이 나라 정부 기관이다. 3권 분립의 대상인 사법부가 아니다. 검찰의 기형적인 권한들을 내려놓는 것,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한민국 특권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검찰이 아니었던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죄를 엄벌하며 '부패완판'에도 일조했던 당사자는 바로 검찰이었다. 그 속에서 힘 없는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울어야 했다.
 
지난 2021년 6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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