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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토마토칼럼)전경련 혁신안 발표 5년 후

2022-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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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병원에서 퇴원해 사저로 들어간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사 최초로 탄핵당한 지 약 5년 만이다.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 사회에 그야말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지만, 그중 하나는 재계를 대표하던 한 경제 단체의 몰락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정농단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당시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청와대의 요구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할 대기업의 출연금을 할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늘로부터 정확히 5년 전인 2017년 3월24일 전경련은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단체 명칭을 바꾸고,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혁신안이 내용이 그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현시점에서 굳이 일일이 따져 물을 의도는 없다. 그 후 전경련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줄곧 나왔지만, 현시점에서 존폐를 논하자고 몰아가고 싶지도 않다. 한 기관이나 기구를 폐지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거쳐 현재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최근 대통령선거 이후 처음으로 경제 단체장들을 만났다. 이번 회동을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경련 회장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5년 전 고개를 숙이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던 전경련에 윤 당선인이 손을 내밀자 '맏형', '부활' 등 표현을 빌려 전경련의 위상에 대한 각종 낙관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맏형은 정부가 정해줄 수 없다. 섣불리 정해서도 안 된다. 정부와 재계 간 필요 이상의 관계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전경련이 보여준 모습은 맏형의 그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한 의미에서의 맏형이라면 과연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당장 시민사회에서 '정경 유착'이란 부정적 단어가 다시금 소환되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단행된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국정농단이 사회에 남긴 상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정농단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는 5년의 세월이 짧게 느껴질 것이고,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와의 유착으로 홍역을 치른 전경련이 다시 정부의 영향을 받아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와의 원활한 관계가 꼭 유착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지만, 어떠한 명분도 없이 정부와 관계만으로 위상을 회복하는 상황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폐지를 요구했던 시민사회의 주장을 다시 불러들일 필요도 없다. 
 
전경련은 5년 전 경제 단체 본연의 역할의 충실하겠다고 했다. 그러한 선언을 이행하고 있다면 누군가 먼저 불러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다. 위상은 스스로 세워야 한다. 
 
정해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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