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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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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장 이승형입니다
(이승형의 세상만사)'용산 이전'이 불러온 '불통의 추억' 2가지

2022-03-21 15:27

조회수 :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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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어코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을 발표했다.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간 국가 핵심 기관들이 연쇄적으로 이동을 해야 할 판이다. 이 과정에서 그 흔한 여론조사나 공청회 한 번 없었다. 현직 대통령을 향한 협조 요청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소통이 목적이라며 불통의 결정을 한 꼴이 됐다.
용산 이전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안보 공백이나 비용 문제는 그렇다 쳐도 한번 옮기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국가적 중대사안이니 그렇다. 윤 당선인 스스로 '결단'이라 표현했지만 이것은 '독단'이다. 독선에 빠진 국가 지도자가 눈과 귀를 닫고 '결단'할 경우 어떤 참사를 초래했는지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의 '4대강 사업'이다.
지난 2016년 여름 경북 고령군 달성보 인근 낙동강에 죽은 물고기와 쓰레기들이 떠다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씨는 대통령 후보 시절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 사업 공약이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이름만 4대강 사업으로 바꿨다. 교묘한 술수였다. 수십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돌아온 건 녹색페인트를 뿌려놓은 듯 '녹조라떼'로 변해버린 강이었다. 6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이름도 생소한 괴생물체들이 등장해 생태계를 파괴했다. 시쳇말로 '삽질'이었다.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도 국민들에게 보탬되는 이익은 커녕 막대한 해악만 끼친 셈이다. 일부 건설업자들만 노났다. 전문가들은 4대강 복원에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의 사면 반대 여론이 국민의 절반을 넘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에서 참가자들이 미사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도 이씨 못지 않은 불통의 아이콘이다.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격 발표했다. 국민들은 물론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도 발표 이전까지 합의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대통령과 정부에게 뒷통수 맞아버린 격이다.      
여론이 들끓자 당시 박근혜 정부는 당시 일본 총리 아베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위안부' 피해자 직접 사과 등을 일본에 요구하겠다 했지만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은 없다. 그저 상황 모면용 '립서비스'였던 것이다. 오히려 아베는 사죄 편지를 할 의향을 묻는 의회 질의에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다. '이면합의'도 없다고 해놓고는 금세 탄로났다. 불통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들은 양국 정부에 우롱만 당했다. 누구를 위한 합의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피해자들이 철저히 배제된 합의 내용은 그렇다치고, 거기에 '불가역적'이란 문구까지 넣었다. 국제외교에서 이런 합의는 본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 합의는 일본 정부만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과거사 반성과 사죄를 촉구할 때마다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과 함께 이 합의를 요긴하게 써먹었다. 그들은 "합의했으니 지켜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진정한 사죄와 보상을 통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은 이미 뒷전이다. 그야말로 좋은 핑계거리를 던져준 꼴이 됐다. 
두 사례 모두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불통 참사'다. 대통령의 불통에 의한 결단은 국민 저항과 반발이 예상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권력 믿고 사고치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국민을 속이고 교묘히 포장해서 밀어부치거나 국민에게 숨기고 밀실에서 국가 중대사를 처리하는 일 모두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뒷감당과 뒷처리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부끄러운 역사가 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어제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배경 문구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가 적혀 있었다. 윤 당선인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진정으로 그 의미를 아는지 묻고 싶다. 취임도 하기 전 여론 수렴과정은 일체 없이 일방적 통보만 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다. 오죽하면 풍수지리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오겠는가. 
윤 당선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절반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가적 중대사를 처리하면 이 절반의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국인데 등 돌리는 국민들이 더 많아져서야 나랏일이 되겠는가. 불통이 반복되면 '반쪽 대통령'도 모자라 '반의 반쪽 대통령'이 되는 일도 우리 역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윤 당선인, 본인의 말처럼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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