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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윤석열 시대… 대법원·헌재 ‘검찰 출신’ 다시 채울까

법조계 “검찰뿐 아니라 교수 출신 등 재판부 구성 다양화해야”

2022-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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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26년간 검찰에 몸 담아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과 서초동에선 검찰에 이어 사법권력 지형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 들어 ‘검찰 출신’ 대법관이 다시 명맥을 잇고, 검찰 출신 헌법재판관도 중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 출신 박상옥 전 대법관이 지난해 5월 퇴임한 이후 현재 대법원과 헌재 재판부는 모두 ‘비(非)검찰 출신 인사’로 구성돼 있다.
 
윤 당선인, 임기 중 대법관 13명 임명
 
우선 김명수 대법원장은 내년 9월에 임기가 끝난다. 김 대법원장 임기 중엔 △김재형 대법관(임기 올해 9월)이 가장 먼저 퇴임하고,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임기 내년 7월)이 대법원을 떠난다.
 
김 대법원장 퇴임 후에는 △민유숙·안철상 대법관 임기 2024년 1월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임기 2024년 8월 △김상환 대법관 2024년 12월 △노태악 대법관 2026년 3월 △이흥구 대법관 2026년 9월 △천대엽 대법관은 2027년 5월까지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 윤 당선인이 오경미 대법관(2017년 9월 임기 만료)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을 모두 새로 임명할 수 있다. 여기에 김 대법원장 후임도 윤 당선인이 임명한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는 2027년 5월 9일까지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20년 8월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공판에서 선고를 내리고 있다. (사진=대법원)
 
헌법재판관은 9명 전원 임명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현직 헌법재판관 중 가장 먼저 임기가 만료되는 재판관은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인 이선애 재판관이다. 이어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2024년 9월 △이종석·이영진·김기영 2024년 10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2025년 4월 임기가 끝난다. 즉, 유 소장을 비롯해 9명 전원이 윤 당선인 임기 중 헌재를 떠난다. 후임 헌법재판관의 경우 차기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후보를 지명하게 된다.
 
법조계 "누구든 납득할 수 있는 인물 임명 돼야"
 
법조인들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검찰 출신 등 누가 오든 실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추후 검찰 출신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 누가 오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검찰 출신 등 누가 되든 법원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인물로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필요가 있다”며 “지금 재판부는 법관 출신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렇게 치우쳐 있는 것은 위험하다”며 “검사 뿐 아니라 교수, 재야 변호사 등 다양하게 재판부를 구성해 시각 충돌에 의한 판결 조정 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법조인뿐 아니라 행정부 공무원, 외교관 출신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기도 한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수석 대변인도 “그간 대법관, 헌법재판관 구성이 다소 치우쳐 있던 게 사실”이라며 “(사법부 내) 다양한 인적 구성을 갖춰 여러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사 경험을 갖추고 형사법에 정통한 검사들을 배치해 폭넓은 시각에서 형사 사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020년 4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 수사·기소와 달라"
  
반대로 일각에선 형사 사건에 집중해온 검사 출신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민사·행정·가사 사건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검사들이) 수사·기소하는데 있어 사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에는 능통하다”면서도 “하지만 재판은 수사·기소와 다르다. 특히 상고심에 형사사건뿐 아니라 민사와 행정, 가사 사건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런 사건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효율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민사사건 등이 대거 쏟아지는 가운데 민사·행정·가사 사건을 처리할 ‘재판능력’을 따져봤을 때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검찰 등 비법관 출신 대법관이라고 해서 특별히 업무처리를 못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인재풀을 넓혀 여러 시각과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지금 상고심에 사건이 많이 쌓이고 대법관이 다루는 사건이 너무 많다보니 (현 시점에선) 수년간 사건을 처리해온 판사들이 (대법관이 되는 게) 효율적일 수 있겠으나 또 (검찰 등) 비법관 출신은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을 수 있어 보기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판연구관은 “지금 (재판부에) 검찰 출신이 없으니까 반드시 검찰 출신 대법관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전제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법관 출신이 아니더라도) 검찰이든 학계, 재야 등 가릴 것 없이 민사·행정 사건 등을 처리하는데 있어 우려 없이 대법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만이 대법관으로 와야 하고, 그게 한국 사회를 위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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