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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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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인재③)전문가들 "고질적 문제부터 개선해야"

중대재해법 시행 한 달…건설업계 안전사고 여전

2022-03-03 08:00

조회수 : 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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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을 제정했지만 산업재해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잇따라 발생하는 산재에 대해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건설사들은 안전관리 확충에 힘써왔다.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부상자 2명이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럼에도 사망사고는 곳곳에서 발생했다. 삼표산업의 양주 채석장에서 붕괴사고로 3명이 숨졌으며, 요진건설산업의 판교 공사장에서는 근로자 2명이 승강기 설치 작업 중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현대건설과 쌍용C&E 등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규제 강화를 외치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법안은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각 건설 주체에 의무를 부여하고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규제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기 단축, 불법 재하도급 등은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공사기간을 빠듯하게 잡는 경우가 많다"며 "여름철 장마가 길어지거나 겨울철 한파로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 급하게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 재하도급의 경우 단계를 거칠수록 실질적인 공사 투입 비용을 줄여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재하도급은 불법이지만 오랜 관행이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 실정이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사고는 하청업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최저가 경쟁입찰을 붙이니 안전은 고사하고 날림 공사를 하게 되는 구조"라면서 "공공기관부터 최저가 입찰 방식을 바꾸고, 안전 비용을 별도로 책정해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린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후분양제 활성화가 안전 강화 해법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건물을 짓기 전 분양하는 선분양제 대비 공정률 60%에서 진행하는 후분양제는 공기를 맞추기 위한 날림 공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공사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과 이자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후분양제가 적정 공기를 보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보여주기식에 치중한 안전관리 행태도 비판 대상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은 정교한 제도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행정기관의 지도·감독과 기업들의 안전관리 역량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라며 "처벌에 급급한 제도로 정부는 안전 여건을 조성할 시간은 주지 않고 회초리만 휘두르고 있으니 기업들도 면피용 방법만 시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되기 전 의무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지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특히 중소 규모 업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적정 공기, 안전 교육 등은 모두 비용으로 귀결된다. 해당 비용에 대한 부담은 발주자의 공사비 증액 또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안전 비용을 불필요한 지출로 볼 것인지 꼭 써야만 하는 비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인식부터 정립돼야 한다"며 "안전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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