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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사전청약)②야심차게 꺼냈지만…전세값만 올렸다

사전청약 예고한 재작년 5월 이후 전셋값 뜀박질

2022-01-12 07:00

조회수 : 6,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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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사전청약 지역의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사전청약에 신청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정부는 신도시 사전청약 제도로 수도권 매매 수요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뚜렷한 실효성 없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12일 분석한 결과, 사전청약 제도를 예고한 2020년 5월 이후 해당 지역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중지구와 거모지구가 위치하는 경기도 시흥은 지난해 12월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격이 1196만원으로 조사됐다. 2020년 5월에는 747만원이었는데 이때보다 60.1% 급등했다.
 
왕숙지구와 진접지구가 있는 남양주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셋값이 뛰었다. 남양주시는 이 기간 843만원에서 1333만원으로 58% 올랐다. 
 
이밖에 교산지구에서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 하남시는 52.8% 상승했고 장상지구 물량이 풀린 안산 상록구는 51%, 갈매역세권 사전청약을 진행한 구리시는 50.8% 올랐다. 
 
이들 지역은 2020년 5월 전만 해도 전셋값 상승세가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간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안산 상록구는 2018년 한 해 동안 12% 떨어졌고 2019년에도 0.9% 하락했다. 시흥시도 2018년 -4.5%, 2019년 -3.3%으로 집계됐고 남양주시도 2018년과 2019년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로 나타났다.
 
경기도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 같은 양상은 다른 사전청약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회천지구가 있는 양주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9% 뛰었는데 2018년과 2019년 연간 변동률은 각각 -1.3%, -0.1%였다.
 
장항지구가 위치한 고양 일산동구도 2018년과 2019년 모두 전세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나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상승률은 49%에 달했다. 
 
사전청약은 제도 특성상 해당 지역의 전세수요를 증가시킨다. 사전청약에 신청하려면 해당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공급도 귀해지면서, 사전청약에 관심을 갖는 수요도 많다. 이에 더해 사전청약 수요자는 본청약 때까지 해당지역 거주요건을 채워야 한다. 전세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셈이다. 이런 탓에 사전청약 지역의 전세시장은 불안해질 여지가 상당하다.
 
 
2020년 하반기 들어서는 임대차법도 시작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전세 매물이 더 희소해졌다. 전월세 상한제 여파로 인해, 신규계약 매물에서는 예상되는 시세상승분을 가격에 미리 반영하기도 했다. 전세 수요를 늘리는 정책과,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높이는 제도가 겹쳤다. 사전청약 지역의 전세시장은 불장이 됐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에 당첨이 된다 해도 입주까지는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면서 전세 수요가 시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라며 “임대차법에 의한 전세 매물 잠김 현상까지 맞물려 해당 지역의 전셋값이 올랐다”라고 분석했다.
 
사전청약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사전청약 도입으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겼지만,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사전청약은 집값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도권 주택의 공급 기대감을 높여 서울 중심의 매매 수요를 분산시키고 매수 시점을 늦추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러나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의 아파트 가격 모두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상승률은 지난 한 해 20%로 나타났고 2020년에는 18%를 기록했다. 경기는 2020년 21.9%, 지난해 35%였고 인천은 2020년 11%, 지난해 44.7%로 급등했다.
 
사전청약 물량에 비해 매매수요가 많은데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입주 때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요자들은 언제든 매매시장에 뛰어들 여지가 있다. 이에 실제 공급이 아닌 공급 기대감만으로는 집값을 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매매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전세가격도 불안을 가져왔다”라며 “사전청약 제도가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세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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